버리고 갈 것과 남기고 갈 것
눈물
세상 끝에서 먹구름이 몰려와
마지막인 듯 비가 내린다.
긴 비가 내려
물과 물 아닌 것의 경계를 지우고
빛과 빛 아닌 것의 경계를 지우고
너와 너 아닌 것의 경계를 지우고
세상과 세상 아닌 것의 경계를 지운다.
이 비 그치고 나면
하늘과 땅이 말갛게 씻겨
모든 존재의 윤곽선이 선명해지리라.
계절도 경계를 넘어 완연해지리라.
너와 세상은 또렷이 등을 돌리겠지.
이 비 그치고 나면 그러하리니
비 내리는 동안
마지막인 듯 긴 비 내리는 동안
물과 빛들이 경계를 허물고 몸 섞도록
너와 세상이 무겁게 무겁게 젖어들도록
우산을 접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