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수록 꿀은 참 신기한 음식이다.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씹어 먹는 것도 아니고, 소금, 설탕 같은 향신료도 아니다. 세상에 꿀만 단독으로 먹는 사람은 잘 없다. 꿀은 항상 다른 음식과 '함께' 한다.
꿀은 꿀벌이 꽃의 분비액이나 꽃가루 등을 먹었다가 꿀벌의 몸 안에서 재가공을 거쳐 다시 뱉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니깐 백날 산속에 꽃을 뜯어서 짜내서 먹어도 '꿀맛'을 느낄 수 없다. 꿀맛은 꿀벌의 몸속을 거쳐서 나온 '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니깐.
게다가 꿀은 상하지 않는다. 세균에 의해서 부패하지 않으며, 잘 밀봉된 꿀은 수백년, 수천년이 지나서 먹어도 별 문제가 없다. 생각해 보면 꿀에 적신 음식이 상하거나, 침이 묻은 숟가락에 의해 상하는 건 봤어도, 순수하게 꿀단지가 상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꿀처럼 달콤하면서, 상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다짐하곤 한다. 내가 느끼는 세계, 여러 생각들, 세상의 재료들이 내 몸속에서 '재가공' 되고, 그것을 정리하여 다시 뱉어낸 결과물을 2년째 기록하고 있다. 원래 소심했던 나에게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현재진행형이다.
꿀 혼자서 요리가 되는 일이 없듯이, 나의 글도 여러 사람들 글에 섞여 있어야 달콤하고 상하지 않는 건강한 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꿀벌에 비할 수 없는 나의 조그만 날갯짓이 우연히, 또는 우연하지 않게 나의 글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과, 때로는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라며.
2021년 5월 15일 브런치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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