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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May 15. 2021

시작


"인생 드라마가 무엇인가요?"


지인들에게서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또 오해영'이라고 대답한다. 보통 드라마는 최소 12부작 혹은 16부작 이상이며, 한편에 1시간 정도라서 여러 번 정주행이 쉽지 않은데...


나는 '또 오해영' 정주행을 '3번' 했다. 한편에 1시간이라고 잡으면 18시간 곱하기 3번, 그리고 이것저것 다시 보기를 다 합치면 적어도 60시간 이상을 화면 앞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또 오해영'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가 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여러 번 돌려봤으리라)


우리의 생은 다만 시간이 끝난 지점에서 되돌아보고 있는 것뿐이라면, 즉 우리의 인생은 이미 짜인 각본대로 끝났고 지금이라고 알고 있는 이 시간이 그저 내 영혼의 회상이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막연한 허무함 속에서 막살아야 할까?

아니, 정답은 그 반대다. 좋은 일이건 아니건 진짜로 받아들이고, 편안해진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면 인생은 마음에 관한 시나리오가 된다. 상황을 바꾸려 하지 말고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마음이 가장 원하는 대로.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운명'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흥미롭다. 미래는 의지로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을 따라가는 것일 뿐인가. 누구든 대답은 쉽지 않다.


하지만 둘 중에 어떤 게 정답인지에 상관없이 '마음' 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변치 않는다.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의지를 만들거나, 또는 마음의 편안함을 그대로 받아들여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루의 계획을 세운다. 밥을 어디서 어떤 것을 먹을지, 회사에 갈지 재택근무를 할지, 무슨 노래를 들으며 설거지를 할지, 오늘은 어느 부분(?)의 운동을 할지, 저녁 시간 후에 어떤 채널을 볼지 침대에 누워서 생각한다. 그래 놓고 대부분 계획대로 가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를 뿐.


하루는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리뷰를 검색했다. (보통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리뷰를 본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글. 김성현 작가의 '너의 결혼식, 밀레니엄 학번의 첫사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누가 그랬던가, 책 끝에 손가락을 베였을 때, 그 고통이 아무리 미미하더라도, 그 사람에게만큼은 그것이 온 우주의 고통과 같다고. 우리가 '첫사랑'을 하던 바로 그때는 온 우주가 두근거렸고, 온 우주를 사랑했으며, 온 우주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는 다시 일상을 찾는다. 끊임없이 나를 현실세계로 불러들이며, 우리는 이내 곧 그곳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첫사랑에 아파했던 마음이 다시 일상을 찾기 까지, 우리의 마음은 한순간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브런치를 가입했다. 얼마나 자주 글을 쓸지는 모르겠다. 마치 연재를 하듯 줄기차게 글 목록이 늘어날 수도, 또는 '눈팅'만 할 수도 있다. 그저 마음에 달려 있을 뿐.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될지, 아니면 그저 그런 낙서로 (이불킥으로) 남을지도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쓴다. 브런치 특유의 온화로운 글씨체와 분위기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별 고민 없이 작가명을 입력하고 저장을 하는데, 30일 이내로 수정이 불가하다고 나온다. 그래도 직진이다. 마음에 안 들면 한 달 뒤에 수정하지, 뭐.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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