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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Jun 27. 2021

직장상사들은 왜 회식을 하고 싶어 할까?


어느 늦은 밤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야근을 하고 피곤한 몸을 버스에 싣고 멍하니 차창 밖에 길거리를 바라보는데, 평소보다 사람들이 참 많아 보였다. 자차로 퇴근할 때는 쉽게 볼 수 없던 모습, 많은 사람들이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연인들끼리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하하호호깔깔. 바람이 분다며 신기해하는 사람들.


드문드문 벤치와 버스정류장에도 역시 사람들이 앉아 있고, 음료수 하나 없이 웃으면서 서로 무언가를 얘기 나누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시간에 밖에서 돌아다닌지도 참 오래되었다. 직장인이 되고 나니 해만 넘어가면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9시가 되면 집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야근도 싫고, 회식은 더 싫다. 친구들 만남은 주말 낮시간이면 족하다. 


대학시절, 대학원 시절 생각이 났다. 틈만 나면 밖에 나가 돌아다녔고, 노래방, 피시방, 술집, 카페... 참 많이도 다녔다. '목적' 없이 그저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만을 위해 밤 9시에 돌아다녔다. 사람을 만나면 두세 시간이면 체력이 방전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나의 모습들. 업무나 생산적인 미팅이 아닌 그저 만남을 위한 만남들. 


분명 '만남'이란 세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요구하는 듯하다.


나이 든 어른들을 생각해본다. 대부분 해 떨어지면 집에 들어와 있다. 부부끼리 밤에 나갔다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다. 그저 집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어둠이 지나가길 바란다. 밤에 아무렇게나 길거리에 돌아다녀도 초라하지 않은 건 젊음뿐이다.






코로나가 풀리면 40-50 직장상사들은 후배들과의 대화와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회식을 다시 하고 싶어 한다는 기사를 봤다. 워라벨을 중시하는 20-30 사원들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어쩌면 그들은 밤 9시 길거리에 '누군가'와 그저 밖에 나오고 싶을 뿐 인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밤 산책을 하지 않아서 흐릿해진 자신들의 젊음을 그리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십 년 이십 년 뒤면 회식하고 싶어서 안달 난 상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밖을 본다. 대학생들, 사회초년생들이 투명 유리안이 보이는 카페, 술집,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씩 섞여있는 아저씨들 얼굴이 참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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