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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Jun 13. 2023

행복은 과정에 있다


졸업, 제대, 퇴사 등등 어딘가의 소속에서 나오게 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감정이 있다. 마치 내가 여기에 있었나? 하는 알 수 없는 허전함, 그리고 공허함. 처음에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에 들어와서, 가슴 뛰는 '순간'들을 지나치고, 다시 밖으로 나올 때는 원래 여기에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몇 년 전 퇴사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그곳은 내가 정말 들어가고 싶어 했던 꿈에 그린 회사였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사람들과 친해지고, 많은 추억을 쌓았고, 동료들이랑 참 많이 놀러 다니곤 했다. 퇴사하는 날 마지막으로 한 명 한 명 인사를 드리고 서류를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서 바라본 나무들의 무심함이 가끔 생각이 난다.



현재 회사 사내 게시판에는 인사이동 현황이 날마다 공지가 된다. 아, 이 사람은 정년퇴직을 했구나, 이 사람은 여기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구나, 이 사람은 결혼하는구나... 등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치고, 머무르고, 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의 운명도 앞서 지나온 사람들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사람의 시간은 한계가 있고, 언젠가는 모두가 지금 이 자리에서 떠나가게 된다.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들도,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권력에 취해 어깨에 힘주고 다녔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간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 


그렇게 요란법석했던 시간의 종착역은, 너나 할 것 없이 고요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자리를 비운다. 






MBTI 검사를 해볼 것도 없이, 나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현재의 많은 부분을 투자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땀 흘리고 노력하고 글을 쓴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과 보상이 주는 쾌감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의 종착지는 모두 같다. 언젠가는 떠나가는 것. 심연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로, 정적인 상태로 향하는 것이다. 열역학 2법칙, 모든 일들은 엔트로피가 상승하는 쪽으로 향한다는 자연의 섭리가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대상이 바로 인간이다. 엔트로피 0을 향해 우리 모두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사회는 결과만을 강조한다. 이번 일만 끝나면, 이번 프로젝트만 마감하면, 이번 출장만 다녀오면, 돈을 많이 벌고나면, 집을 사고나면, 결혼을 하고나면, 아이를 낳고나면, 데뷔를 하면, 공모전에 대상을 받으면, 권력을 가지면,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나면 행복할 거라고, 집단 최면을 건다.


그런데 세상 모든 선택지의 결론은 하나다. 바로 '고요'이다. 쉽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인지할 수 있는 자극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고요는 행복과 직교한다. 그럼 이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는 자명하다.



행복은 결론에 있지 않다. 행복은 바로 순간에 있고, '과정'에 있다.


지금 행복하자. 미래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말처럼, 다신 없을 지금 이 시간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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