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에는 보려는 것이 먼저 새겨지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거기에 있긴 하지만 없는 것이 되는 아이러니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기적인 존재가 인간이다.
선입견이라고 하든 아니라고 하든,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의 지식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습득한 ‘지극히 주관적인 지식’은 ‘개인적인 객관'의 담장에 겹겹의 벽돌을 쌓아 올린다.
이러한 이기적인 행위는 여행길에서도 이어지기 마련이다.
피렌체에서의 사유는 흐린 날의 저녁 그림자처럼 길고 짙다.
“피렌체에 대한 선입견과 객관은 무엇일까.”
피렌체를 알고 있는 누구나가 저마다의 그것들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르네상스>란 텍스트와 관련되어 있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라젤로, 라파엘로와 마키아벨리, 메디치 가문과 궁전, 르네상스의 아름다운 회화작품들과 조각상들, 종탑들과 광장들과 같이, 피렌체를 다룬 책들과 방송들을 통해 학습한 지식의 중심에는 르네상스가 똬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학습은, 먼바다를 건너온 지식을 받아들이는 항구이며 선입견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사고적 행위이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선입견 속에서 자신만의 객관을 찾으려는 것은 일상적 사고의 흐름과도 같아서, 어색함을 느끼거나 숨겨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인간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행에서의 학습은, 단단히 박아 놓은 울타리의 좁은 틈을 비집어 밀고 들어오는 순간순간의 경험들과, 여러 갈래로 흘러가던 사고의 흐름을 연결시켜, 한껏 커져가는 자신의 삶을 직면할 수 있게 해주는 사고적 행위이다. 이것은 또한 비단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서뿐만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사색과 사유를 허락한다.
가슴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두근거리게 하는 길 위에서, 때로는 의도한 것으로부터, 때로는 우연히 조우한 무엇인가로부터 일어나는 자그마한 경험은, 때때로 여행이 끝난 후에까지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그 여운이 입가의 얘깃거리와 눈가의 미소, 가슴의 추억으로 시나브로 번져오는 것이 진정한 여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