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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oul Searcher Jun 27. 2024

미국계 로컬라이제이션 회사로부터 면접 제안을 받았다.

상하이트위스트: 해외취업이야기

중국에서 석사 졸업을 위해 다시 학생 신분이 된 난 매일이 즐거웠다.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잠시 '취업'이란 현실의 과제를 잊고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한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흘러간다. 학점을 채우기 위해 매진했던 1년이 지나고, 어느덧 논문의 시기가 찾아왔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석사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대부분 목표는 좋은 직장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논문을 쓰는 기간 동안 학과 동기들은 학문을 연구하기보다는 인턴 경력을 쌓거나 또는 구직을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난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찾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외국계'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나에게 '외국계'의 정의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중국회사, 중국 주재의 한국 회사, 또는 중국 주재의 외국계회사. 

사실 이 세 가지 모두 외국계라고 정의할 수도 있음 직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의 이상향은 더 명확했다. 나는 아래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직장을 원했다.


1. 영어를 공통어로 사용하며, 중국어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곳 

2. 중국, 한국 외의 다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 


미국계 로컬라이제이션 회사로부터 면접 제안을 받았다. 

석사 학위는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 

세계 유명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한 대기업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그중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는 한 곳이 있었다. 바로 미국 로컬라이제이션 회사의 인사부 인턴 면접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오피스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상해 푸동구역에 위치했던 오피스는 '황포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빌딩에 위치했다. 회사에는 체크무늬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도대체 이 회사는 내게 어떤 기대를 갖고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인 나에게 '인사부'의 역할을 맡기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분명히 나 보다 중국어와 영어를 훨씬 유창하게 하는 영미권 국가의 학생들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반신반의한 채로 1차 면접에 참여했다. 중국인 매니저는 30대 후-40대 초반으로 보이고 젊고 활기찬 인상을 가졌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면접에서 한 얘기가 자세히 생각나지 않지만, 중국어로 진행된 면접에서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차 면접에서 왜 나에게 기회를 주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당시 회사는 미국계 로컬라이제이션 회사로 중국 유수의 IT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사용 설명서 또는 기술 등 다양한 내역을 번역/수주하는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 상해 오피스에는 영미권뿐만 아니라, 미얀마어, 노르웨이어, 네더란드어, 페르시안어 등 비주류 언어를 구사하는 20개국의 외국인 번역가들과 약 30명의 중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사부로써는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었던 인재가 필요했다. 채용을 해야 하는 대상은 전 세계 국가를 아우르지만 회사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업무를 배우고 함께 처리하게 될 사람은 동양 문화권의 동료들이었기 때문에 교량 역할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매니저는 말했다. 그러고는 중국 생활 5년 차에 접어든 내가 후보자격에 적합했는지 2차 면접에 나를 추천해 주셨다. 


3일 뒤 참석한 2차 면접은 프랑스인 지사장님과 진행되었다. 지사장님은 간략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상해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충을 질문하셨다. 그리고 앞으로 중국에서의 커리어 계획을 여쭤보셨다. 외국계, 다문화 등 내가 생각했던 이상향 그대로를 옮겨다 놓은 듯한 2차 면접이 난 그저 신기하고 재밌었다.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입가의 미소 덕분이었는지, 호기심 천국이었던 내 질문에 적극성을 발견한 탓인지 면접이 끝날 무렵, 지사장님은 내가 마음에 든다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긍정의 시그널은 며칠 뒤 최종합격 레터가 되어 날아왔다. 황포강이 내려다보이는 오피스에서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꿈만 같은 기회가 진짜로 내 것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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