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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oul Searcher Jul 01. 2024

미국계 회사의 문화이야기

상하이 트위스트: 해외생활이야기

미국 회사의 인사부 인턴으로 최종 합격을 했다.


나의 첫 미국 회사는 내가 입사한 지 2개월 후, 상해 중심부에 새롭게 지어 올린 건물로 이사를 갔다. 쇼핑센터와 이어진 우리 건물은 아침 출근길 문을 열고 들어서면 향긋한 냄새가 났다. 매일 아침 조용한 쇼핑센터를 가로질러 오피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꼭 내가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미국 회사는 석사졸업을 앞둔 나와 6개월의 계약을 했다. 인사부 인턴사원이었던 나는 채용업무부터 온보딩까지 임직원들이 마주하는 회사의 첫 이미지 었다. 그래서 인턴사원이 아닌 정직원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이 신경을 썼다. 옷차림부터, 직원들을 마주했을 때 언제나 미소 짓는 습관까지. 그런 사소한 행동은 동료들이 내가 인턴사원인 것을 모를 만큼 나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회사의 CEO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비교적 고위 관직자와의 협업이 많은 인사부 팀 내에서는 옷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입지 않으면 눈에 가시가 될 수 있다고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꾸민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나의 위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높이 올라갈수록 깔끔하고 세련된 옷을 입은 여성 리더들은 그 이미지 덕분인지 카리스마와 일잘러의 평을 자주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 회사를 나오고 직장을 다닐 땐, 업무에 치어서 머리도 못 빗은 적이 많다.)



상해에 있는 외국계 회사는 사규에 따라 국가공휴일을 쉬는 방법을 달리 지정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미국의 공휴일과 중국의 공휴일을 조율한 회사만의 정책을 따랐다. 그래서 10일 동안 이어지는 중국의 국경절에도 며칠은 출근을 해야 했다. 텅 빈 상해에서 출근을 할 당시엔 너무 괴로웠지만 대신 크리스마스 전후로 연차를 사용해 귀국을 할 수 있는 큰 베네핏이 주어졌다. 


우리 회사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임직원을 위한 이벤트가 잦았다. 물론 그 덕에 인사부였던 나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그 과정이 참 재밌었다. 매주 금요일에는 2시간 정도 생과일 주스 파티를 했고, 10월엔 베스트 핼러윈 코스튬을 뽑는 이벤트, 11월에는 남성 질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남자 직원들은 한 달 내내 수염을 기르는 ‘무벰버’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매년 가장 큰 연례행사가 있었는데 바로 International Summit이었다.  운이 좋게  내가 재직할 당시 상해 오피스에서 그 해의 서밋을 개최했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서밋은 오전엔 5성급 호텔에서, 오후엔 황포강을 가로지르는 선상에서 진행됐다. 그 해의 주제는 1920으로 임직원 모두 미국의 경제가 가장 번영한 시기의 코스튬을 입고 참석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모습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했던 선상파티는 아직도 내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꼽는다.

사실 서밋의 가장 큰 목적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선상 파티에서 난 북경 지사의 HR 헤드를 만날 수 있었다. 전화 너머로 상상했던 그녀는 굉장히 똑 부러지고 차가운 이미지의 여성이었다. 그와 정반대로 서밋에서 만난 그녀는 누구보다 선한 눈매와 유머를 겸비한 사람이었다. 처음 면대면 인사를 나눈 우린 '멕시코'를 공통사로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당시 만나고 있던 나의 파트너가 그녀와 동향인이었다. 세계 어디든 지연을 통해 어색함과 거리의 장벽이 많이 낮출 수 있음이 확실해진 순간이었다. 

서밋을 준비하면서 심천 오피스 지사장님과도 친해지게 됐다. 미국계-중국인이었던 지사장님은 친구 같은 느낌을 줬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로 우린 한참을 '한국'에 대해 얘기 나눴다. 업무 공간을 벗어나 조금은 캐주얼한 환경 속에서 동료들을 더 알아가게 되면서 서로 간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협업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게다가 평소엔 교류를 할 수도, 업무상 교집합이 없는 동료들도 알게 되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도 더 커져갔다. 그렇게 쌓인 신뢰는 더 많은 기회를 개개인에게 창출함으로써 업무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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