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트위스트: 해외취업이야기
살다 보면 우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마주한다. 그것이 설령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17살, 처음 상해를 방문했던 그 순간부터 9년이 지나 26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해외취업’의 꿈을 버린 적이 없었다.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난 상해에서 구할 수 있는 직업이라곤 ‘인턴’ 또는 ‘계약직’이 뿐이었다. 특히 좋은 기업일수록 취업비자 취득 자격이 안 되는 외국인을 고용할리 없었다. 대학교 4학년 인턴연계형 교환학생이 끝나고, 학사 졸업학위를 취득한 나는 두 곳의 인턴생활이 내가 가진 경력의 전부였다. 취업비자를 받기 위한 최소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아 꿈을 접고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상해에 또다시 머물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 방법은 중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 난 공부와는 완전히 작별할 생각이었다. 지긋지긋하게 봤던 책들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석사라니.
포기하고 돌아서기엔 그간 중국에 투자한 내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고정적 수입도 없는 내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장학제도뿐이었다. 다행히도, 장춘에서 유학시절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을 했던 외국인 친구들 덕분에 외국인 대상의 중국 장학제도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었다.
중국에는 세 가지 주요 장학제도가 있다:
a. 중국정부장학금
b. 중국시정부장학금
c. 공자아카데미장학금
중국 공자아카데미 장학금의 경우 어학연수에 국한되지만, 정부장학금 및 시정부 장학금의 경우 중국에서의 학위 수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학업을 지원해 준다. 장학제도는 학비 및 기숙사 지원은 물론 매달 생활비와 초기 정착 비용까지 지원해 준다. 많은 외국 유학생들은 해당 장학제도를 통해서 무료로 공부를 하고 있다.
나 역시 처음 장춘에 유학을 오게 된 것도 공자아카데미 장학생으로 발탁되어서였다. 그러나 석사 학위 취득을 위한 장학제도 신청은 이전의 것과 매우 달랐다.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교수님 추천서, 성적증명서 등 준비해야 하는 기본 서류부터 비자 신청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개인 이력 등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해결해야 했다. 2015년 당시에만 해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중국 정부장학제도에 대한 정보가 극히 드물었기에, 신청하는 매 절차가 나에겐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인생은 참 신기하다. 노력한 만큼 기회가 주어지고 포기할 찰나면 손을 다시 내민다. 그렇게 석사 준비만 6개월, 마침내 상해 소재의 대학교에 합격을 하게 됐다. 해외취업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