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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oul Searcher Jun 13. 2024

내가 잘하는 일

상하이트위스트: 해외취업이야기

대학교 취업 지원실에서는 ‘진로적성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었다. 테스트 결과를 정확히 기억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직업군이 내게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예인, 방송국 PD 등 창의적이고 대중 앞에 나서는 직업

영업, 마케팅 등 판매를 촉진하는 일

심리상담가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고 돕는 일


이 세 가지 직무는 모두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업무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정확히 직업 세계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다. 무엇보다도, 이 테스트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광고 회사에서의 6개월 인턴 생활

대학 시절, 경력을 쌓기 위해 ‘마케팅 서포터스’ 활동을 하면서 내 개인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 신규 론칭한 제품을 홍보하며 우수 마케터로 선발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내가 책임감 있게 일을 했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상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광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광고 회사에서의 인턴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곳에서의 경험은 내 커리어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광고는 단순히 '창의'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저 천재만이 해낼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 광고 회사에서는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했다. 처음 고객과의 접점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영업 & 기획 업무, 기획된 내역을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크리에이티브 업무, 만들어진 콘텐츠를 바이럴 시키는 퍼포먼스적 업무 등으로 전문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기획' 분야의 인턴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마케터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 대답할 것이다. 특히 광고 회사의 제안서는 굉장히 집약적이고 설득력 있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대형 광고주를 수주하기 위해 그들을 설득하고 우리의 서비스를 판매할 역량이 있어야만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는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대형 한국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대행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국 대형 어카운트들과의 협업이 거의 대부분 우리 회사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내에는 내로라하는 광고쟁이들이 많았다.


마케팅에서 찾은 나의 숨겨진 재능

그곳에서 나는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며 광고 제안서를 번역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 외에도 광고를 모니터링하거나 시장조사를 하는 일도 도맡았다. 업계 8-15년 차 과/부장님이 작성하신 제안서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마케터로서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하나의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한 시장조사부터, 조사된 내용을 구조화하는 방식을 어깨너머로 배웠던 시간들이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그곳에서는 야근이 매우 잦았다. 평일 자정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 후 팀원과 함께 제안서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무 강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의 업무가 재밌게 느껴졌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고, 게임 속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하나씩 도장 깨기 하는 기분이 내 도파민을 솟구치게 했다.

무엇보다 나와 가장 가깝게 일했던 과장님은 이때까지 만났던 어떤 상사보다도 나를 아끼고 챙겨주셨다. 광고의 기본이 되는 용어에 대한 교육, 내가 한 업무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주시며 인턴사원이 끝날 무렵 더 성장한 내가 될 수 있게 옆에서 서포트해 주셨다.

특히 과장님은 내가 업무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사실상 인턴사원이었기 때문에 실적을 내는 업무보다는 광고 제안서 번역 작업을 많이 했지만,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시장조사 등 제안과 관련된 업무도 조금씩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내가 첫 3개월 계약 이후 추가 3개월 연장 제안을 받을 정도로 업무 역량이 뛰어남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였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마케팅 분야에서 내가 가진 창의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큰 강점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인턴사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 주고 대우해 주는 팀원들 덕분에 젊은 기획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회사’에 대한 나의 전형적 편견을 깨게 되었다. 이 모든 경험들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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