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Soul Searcher Jun 10. 2024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상하이트위스트: 해외취업이야기

회복탄력성이란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대학생 때의 나는 회복 탄력성이 매우 강했다. 나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20대 초반의 나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오늘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실패로 끝난 대기업 인턴 생활은 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촉망받는 인턴동기와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미생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회사 밖을 나와 졸업을 준비하며 그때의 나를 돌아보니, 이것은 내게 새로이 주어진 기회와 다름없었다.

꿈을 좇아 상해로 돌아온 종국의 목표는 ‘외국계 취업’이었다. 한국이란 작은 사회에서 벗어나 더 큰 곳에서의 경험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비교적 취업이 쉬운 한국 회사로 들어가면, 난 상해에 굳이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을 하나씩 복기하며 영문 레쥬메를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영문 이력서를 통한 강점 찾기

처음에는 한국 이력서의 내역을 그대로 번역해서 사용했다. Chat GPT가 없던 시절이라 혼자 구글링을 통해 영어 단어를 하나씩 번역해 가며 작성했다. 경력도 없던 내가 4장이란 긴 영문 이력서를 번역한 끝에 50곳에 입사지원을 넣었다. 결과는 서류광탈이었다.

충격적이었다. 영문 이력서만 작성하면 나를 알아봐 줄 회사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두서없이 말 그대로 번역된 영문 이력서는 상해 구직 시장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지 못했다. 다행이게도 독일 자동차 회사를 다니는 외국인 친구를 통해 이력서를 첨삭받을 수 있었다. 친구는 내게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주었다.   

이력서 사진 제외, 생년월일 제외, 가족관계 제외

경력이 가장 먼저 기술될 것

두서없이 적힌 업무 내역을 카테고리화하여 나열할 것


조언은 간단하고 쉬워 보였지만, 이를 반영해 이력서를 적어나가는 과정에서 난 또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력서에 담고 싶은 나의 스토리는 무엇일까?

그리고 스토리 간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연결고리는 해당 직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면서 적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만의 스토리와 색깔이 돋보이는 이력서가 한 부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조금은 뾰족하게 보였다.


모르겠으면 일단 도전하자!

학창 시절 적게는 12시간을 많게는 16시간을 수능공부에 매진했지만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취업의 문턱에 섰을 때, 사실 머리가 백지장이 되고 말았다. 자소설, 어쩌면 진짜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나의 스토리를 만드는데서부터 시작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영문 이력서를 통해 막상 스토리는 완성됐는데 지원을 하려고 보니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막막했다. 그래서 레쥬메에서 돋보이는 대학교 4학년까지 내 이력의 키워드를 뽑아냈다. 그리고 세 가지의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모든 구직 공고에 지원서를 냈다.

외국어(한국어, 중국어, 영어), 마케팅, 고객


그러던 어느 날, 미국 대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전 세계 반도체를 생산하는 탑 3 업계 중 한 곳이었다. 내가 지원한 곳은 ‘고객성공팀’의 인턴사원 직무였다. 면접 최종 합격을 하고 이곳에서 2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근무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의 경험을 인턴이 아닌 ‘아르바이트’라고 규정한다. 

그 이유는 계약기간 동안 고객성공팀에서 주는 단순 업무를 매일같이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저 아침이면 내 책상 위에 놓인 B/L(선하증권) 내용을 그대로 SAP(소프트웨어)에 입력하는 일을 했다. 지식인으로써 회사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했다. 도전도 발전도 없는 그 직무를 하면서 내 커리어 인생에 두 번째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직무가 나와 맞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여유로운 업무 환경과 칼퇴는 나의 발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미국 회사에서의 마지막 출근 날, 중국 광고 회사 인턴사원 면접 제안을 받았다.

이전 05화 꿈을 좇아 상해로 떠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