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구이] 무한한 확장성을 환영하며

by vegan han jane

새벽 4시 반. 잠에서 깨서 부스스한 얼굴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다. 삐걱거리는 몸을 유튜브에서 찾아낸 홈 요가 한 편으로 풀어주고 오늘은 뭘 해 먹지- 고민에 빠진다.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음식이 온도를 정하고 메뉴의 카테고리를 결정한 뒤 280리터의 작은 냉장고 속에서 찾아낸 재료들을 적당히 조합해서 음식을 만들 준비를 한다. 메뉴를 정하고 나면 인터넷에서 그 메뉴 레시피를 검색해보곤 한다. '백종원의 ㅇㅇㅇㅇ'를 찾아냈는데 왜 '백종원 씨는 ~~ 게 만들었지만 저는 @@@@를 넣었어요'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그래도 서너 편의 레시피를 보다 보면 대충 공통점이 발견된다. 오케이. 거기까지.


레시피에서 추출한 공통 포인트만 가지고 나 역시 내 마음대로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오늘 발견한 레시피는 에어 후라이어 두부구이. 에어 후라이어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가정에서 다채로운 것들을 구워 먹던데, 에어 후라이어로 두부까지 구워낼 줄이야. 천재만재들이다.


내가 발견한 공통점은 두부를 칼집낸다는 것. 두부 표면에 기름을 바른다는 것, 간을 하고 노릇하게 구워낸다는 정도? 좋아 그럼 난 애초에 에어 후라이어가 없으므로 오븐 토스터를 이용하도록 하자. 오늘은 조금 쌀쌀하니까 소금 간 대신 연두와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쓰는 것으로 국물을 자작하게 만들까? 사람들은 곁들이는 채소로 버섯을 많이 쓰던데 냉장고에 없으니 양식풍으로 토마토와 양파를 좀 넣어볼까?


그렇게 완성된 두부 구이. 파스타를 비벼 먹어도 될 정도로 흥건한 국물이 기가 막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야들야들한 두부를 먹으며 다음번 두부구이는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게 된다. 남들 하는 대로 버섯과 함께 구워내도 맛있겠는데? 마늘을 편으로 썰어 올리브 오일에 흥건하게 익히는 것도 맛있을 것 같고. 말돈 소금을 사용해서 간간이 입에서 소금이 씹히게 질감을 살리는 건 어떨까? 허브솔트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은데. 등등등.


식사를 다 마치면 커피를 내린다. 원두를 고르고 수동 그라인더로 갈갈갈갈 갈아서 드립으로 유명한 카페의 커피 클래스에서 배운 대로 커피를 내린다.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고 나면 고양이들을 케어하고 씻고 출근을 준비한다. 이렇게 나름대로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이며 노닥이는 아침시간이 좋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못하게 된다면? 오 - 생각만 해도 동공이 흔들리는걸? 하하.


나는 베이킹 같은 사람이다. 전술한 것과 같은 일상 루틴을 정해두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예외가 생기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그러니 베이킹 같은 사람이라 명명할 만하다. 반드시 정해진 대로 계량해서 오븐의 예열 온도까지 레시피를 충실히 따라야만 결과물이 도출되는 베이킹 말이다. 사실 베이킹을 좋아한다. 마음이 혼란할 땐 특히나 - 잡생각 할 여유 없이 레시피에 집중해야 하는 과정이 좋았거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깨에 힘을 빼고 푸시식 웃으며 '그럴 수도 있지~'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맥이 탁 풀리면서도 옆에 있고 싶어 진다. 마치 에어 후라이어에 구운 두부요리처럼 확장성이 무한한, 흐늘흐늘 해파리 같은 그네들을 보며 긴장으로 한껏 올라간 내 어깨를 의식하고 슬쩍 날개뼈를 내려보는 일도 꽤 마음에 든다. (물론 쉽지 않다!) 나와는 180도 다른 삶의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 무한한 확장성과 포용성을 환영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 베이킹도 매력 있지만 제멋대로 만들어도 다 품어줄 줄 아는 요리도 좋구나.


그나저나 - 다음엔 어떤 두부구이를 먹어볼까?




<< 준비물 >>

두부 1모
곁들일 다양한 채소들 (나는 방울토마토와 양파를 사용했다)
올리브 오일 2Ts
연두 2Ts
크러쉬드 레드페퍼
후추


1. 두부는 면포 등으로 물기를 뺀 뒤 1센티 정도를 남겨두고 6*6 정도의 칼집을 낸다.

2. 올리브 오일과 연두를 섞어 두부 표면에 골고루 바른다.

3. 원하는 채소를 두부 주위에 깐다.

4. 에어 후라이어, 오븐, 오븐 토스터 등 두부 표면을 골고루 가열할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하여 바삭하게 구워낸다. (가지고 있는 도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고온(200도)에서 15~20분 정도 구운 뒤 바삭함의 정도를 고려하여 가감하면 된다.

5. 조리된 두부 표면에 크러쉬드 레드페퍼(생략 가능)와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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