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이상한(?) 습관이 있다.
실수를 하면 떡볶이를 먹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지만 가능하면 삼가려 음식인 떡볶이. 맵고 짜고 달고 탄수화물 zip으로 영혼을 달래는 것 말고는 건강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수천 칼로리를 상회한다는 마성의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 실수를 되짚고 다독인다. '괜찮아, 제대로 직면했고 사과하고 반성했다면 다음엔 그러지 않으면 되는 거야.' 별거 아닌 실수에도 하이킥 하며 이불을 걷어차고 머리를 짖찧는 성격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 내린 처방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축하할 일이 생기면 미역국을 끓인다. 주물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불린 미역을 달달달 볶는다. 사람마다 미역을 볶는 시간은 다 다른 듯한데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30여분을 불 앞을 지킨다. 미역을 볶으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잘난 체를 좋아하는 얄팍한 천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미역을 볶으며 미역에게 와다다다 쏟아내는 것이다. (미안, 미역 ㅋ)
누군가를 진심으로 축하하거나 슬퍼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데, 타인의 희로애락을 자기 일처럼 공감해주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절감하게 된다. 남의 기쁨이 나의 배아픔이 아니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아닐진대 인간은 참 못되게 마음을 먹을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준비한 시험에서 합격한 이에게 '발령지가 별로네.'라고 입을 대거나, 큰 맘먹고 산 물건에 '그거 말고 더 좋은 거 사지.'라고 입을 대는 사소한 악의 같은 것들. 참 촌스러운데 흔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촌스러움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들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다잡는 연습을 한다. 진심으로 축하하기, 마음을 다해 애도하기. 그리고 나의 자랑을 굳이 드러내지 말기.
그래서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미역을 볶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우쭈쭈쭈를 던진다. '그랬구나. 잘했어. 자랑할만하네.' 오래오래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을 담아 볶아낸 미역에 물을 붓고 푹 끓여내며 다시금 주문을 외운다. 고생했어 축하해, 진심으로.
그렇게 포옥 끓여낸 미역국은 진심 어린 축하와 자랑으로 가득해서인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데도 참 맛있다. 앗 이것도 자랑인가?
<< 준비물 >> * 1인분 기준
미역 한 줌
참기름
국간장
연두 (필수 아님)
떡
1. 미역을 반나절 정도 물에 불린다.
2.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한 입 크기로 자른 불린 미역을 넣고 국간장을 살짝 부은 뒤 볶는다. 물기가 날아간다 싶으면 물 반 컵(100ml 정도)을 넣고 또 물이 날아갈 때까지 볶는다. 총 20~30분 정도 충분히 볶아낸 뒤 냄비에 물이 가득 찰 정도로 물을 붓고 약불에서 오래 끓인다.
3. 냄비에 물이 반 정도로 줄어들면 간을 확인한다. 간이 약간 부족하다 싶으면 국간장이나 연두로 간을 한다.
4. 물에 헹군 떡을 미역국에 넣어 말랑해질 때까지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