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시즌이었던 같다. 교체 선수로 칼 미첼 이란 선수가 팀에 합류했다. 유럽의 하부리그에서 뛰던 선수라 그리 경기장의 열기나 팬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는 리그에서 뛴 선수였다. 신장이 큰 선수였지만 슈팅 가드를 볼 정도로 슬림하면서 아웃 사이드 플레이어였다. 오자마자 버저비터 같은 극적인 장면을 자주 만든 선수였다. 그만큼 슈팅은 재주가 있었다. 어느 날 국제업무를 하는 직원이 조그만 강아지를 들고 숙소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물었더니 팬이 칼 미첼한테 선물로 준 강아지인데 밤새 울어서 잠 도 못 자고 이 친구한테 처리를 부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직원 역시 그리 강아지를 숙소에서 키울 입장이 못 되었다. 사정을 듣고 나는 내가 키우겠다고 강아지를 내 방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된 강아지였다.
나는 강아지 이름을 칼이라 불렀다. ㅎ ㅎ 칼 미첼이 줘서...
원정을 갈 테면 숙소 아주머니들이 밥을 주었지만 온 방을 오줌똥이 어지럽혀 있었지만 조금씩 배변 훈련도 되고 나 역시 덜 외로울 수 있었다. 숙소가 부산이다 보니 집에 가는 시간이 많지 않고 경기가 인터벌이 생겨도 서울을 왔다 갔다 할 여유가 없었다.
시즌을 마치고 숙소는 비워지고 나는 그날부터 이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다. 애들이 무척 좋아했다.
이제 칼의 나이는 만으로 13세가 되었다. 건강하던 칼은 이제 노년이 되어서 인지 활동량이 크게 줄었다.
노견이라 그런지 칼은 휴식 시간이 길다. 산책도 그리 전과 같지 않다.
잠도 많아진 칼은 베개가 필요하다.
칼은 어느새 쿠싱 증후군도 왔고 털도 전에 같지 않게 덜 자란다. 쿠싱 증후군이란 호르몬 계통에 이상이 생겨 식욕이 왕성 해 지고 그에 따라 관절과 심장 등에 무리가 온다.
가족의 한 구성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칼을 볼 때마다 그 시절 칼 미첼이 생각난다. 게으른 선수, 훈련시간에 지각을 하도 많이 해서 벌금을 2000불까지 매긴적이 있다. 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뜻하지 않게 역전 버저 미터를 날리던 그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제 여우가 돼서 먹을 것이 없으면 오질 않는다.
전에 상무 감독으로 있을 때는 선수의 아내 임신으로 강아지를 맡아 준 적이 있다. 결국은 찾아가질 않아 그 역시 내가 끝까지 키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