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지구상에 탄생한 지 125년이 되었다. 정확히 말해 네이스미스 박사가 1891에 만들었으니까 131년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농구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는 1907년 미국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소개되었다. 초창기 일제하에서 엘리트 종목으로 민족의 기상을 세워주던 선배들의 노력은 이제 국민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네이스미스 박사
왜 농구는 코치하기가 어려운가? 농구라는 종목을 살펴보자.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지도자로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농구는 먼저 뛰고 달리고 던지는 운동의 세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때문에 3차원의 공간에서도 운동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육상이나 유도 레슬링처럼 2차원의 종목과는 다르다. 또한 개인종목이 아니다. 혼자만 잘해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는 종목이다. 다섯 명의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다 같이 잘해야 이길 수 있다. 이른바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뛰는 선수 전원을 살피고 전략을 짜야한다.축구, 럭비는 포지션 별로 수비와 공격을 구분한다. 한가지만 잘해도 된다는 것이다. 농구는 한 명이라도 수비를 못한다면 그 팀은 절대 이길 수 없다. 농구는 전적으로 사람이 하는 종목이다.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운동인 것이다. 첨단기술이 발달하면서 골프나 배드민턴처럼 기구를 사용하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신장만을 잘 활용해 경기를 해야 한다. 때문에 선수들의 심리적 상태, 신체의 컨디션 등도 고려사항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신체를 접촉하는 운동이다. 배구나 테니스처럼 상대 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하는 운동인 것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이나 습관 등도 연구해야 한다. 농구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종목은 아이스하키 외엔 없다. 배구는 점수, 야구는 규정이닝을 채우면 되지만 농구는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면서 그 속에 공격시간, 쿼터 별 시간, 상황에 따른 규정시간 등을 감안하면서 경기를 해야 한다. 코치는 이런 환경을 감안, 작전 역시 준비하는 것이다. 그 만큼 두뇌회전이 따라가지 못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가 없다.
어느 종목의 코치도 마찬가지겠지만 위와 같은 선수들에게 지도의 개념과 경기에 승리하기 위한 작전의 개념을 코치는 안고 가야 한다.
농구 박물관에 결린 초창기 농구 모습
농구가 탄생할 당시 네이스미스박사는 3점슛 제도를 만들지 않았다. 1984년 fiba(국제농구연맹)은 3점 슛 제도를 도입했다. 농구의 공격시간은 이제 24초가 되었다. 이렇듯 농구는 끊임없이 룰과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지도자로선 당연히 이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짜야 한다. 이전의 전략과 전술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농구 농구지도자들은 변화에 발맞춰 계속적인 전술의 개발과 연구가 언제나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코치는 경기를 준비 할 때 자신의 팀만을 생각할 순 없다. 이는 경기 계획의 최종순간 판단 해야 하는 요소가 우리가 잘하는 것을 밀고 갈 것인가, 상대의 잘하는 것을 방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 팀이 잘해도 상대가 못해야 이기는 승패의 기준점을 고려, 운영의 묘가 지도자로선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만의 색깔로 밀어붙일까? 경쟁사의 방어전략으로 나갈 것인가? 회사를 운영하는 CEO의 경영전략과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농구코치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조던 그리고 네이스미스 박사 증손자
경기에 필요한 생리적, 심리적 전략과 전술 그리고 팀의 전체적인 면을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농구는 기계가 채점을 하는 종목이 아닌 사람의 판단기준에 따라 공격권이 바뀔 수 있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 코치는 매 경기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체크하여 일러주어야 한다. 농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한 시간 사십 분 정도의 시간으로 승패를 결정 짓지만 하루에 두 경기 이상은 절대 못하는 에너지와 열량이 소비되는 운동이다. 그 시간 동안 코치는 몇 백배의 시간을 느끼며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농구코치는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운다.
사람이 가장 잘 다루는 맨손으로 하는 운동, 사람을 다루며 사람을 상대하고 시간과 싸우는 운동을 가르치는 농구코치야 말로 가장 어려운 직업 중 하나 일 것 같다. 우리 이제 이런 어려운 스포츠를 지도하는 코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운동으로서의 매력과 아름다움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과 땀의 진리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2009년 나는 KTF와 계약이 종료되면서 2년간의 야인생활을 하게 됐다. 코트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그리고 아쉬움이 항상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코치로서 코트에서 휘슬을 물고 선수를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절대 후회 없는 코치 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꼭 한 번은 정상의 자리에 올라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그날을 기다리며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그런 기회가 온다는 보장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코치들의 인생이 아닐까 한다. 불안한 미래와 이기고 지는 생존경쟁의 긴장감의 연속이 코치의 인생이다. (다음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