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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un 15. 2022

캐나다 일기

2022년 6월 7일 추움


5월이면 서서히 푹푹 찌기 시작하면서 6월이면 초여름에 들어가는 한국과는 달리, 이 곳 캐나다는 여전히 매우 선선하다는 말은 럭셔리한 표현이고 그냥. 춥다. 오늘 6살짜리 꼬마 캐네디언 제자에게 여름이 언제부터야? 아직 여름 아니지? 라고 물어보니, From June... 21st? 6월 21일이란다. 그럼.. 적어도 거의 여름인데.. 왜 아직 겨울이야. 봄도 아니고 겨울같이 추워... 대화를 하다가 둘 다 망연자실하고 그냥 레슨을 시작했다.


캐나다는 여름이 그야말로 굉장히 짧고, 더운 날이 몇일 안 되기 때문에 지금도 나는 히터를 틀고, 털자켓을 걸치고 있다. 또 긴바지는 거추장스러워서 반바지는 입고 있다. 캐나다는 하루에 4계절이 있다고 하는 말이 딱 인것 같다. 이제 캐나다에 감금된지도 4년 째. 정착과 적응에 분주하게 지내던 중 코로나 때문에 캐나다에 꼭 갇힌 채 2년이 그냥 흘러갔고, 그 사이 하는 일들도 자리를 잡고, 비행기값도 두배가 되고, 나도 이제 내가 한국을 그리워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에 있던 많은 것들이 잊혀진다.

어딜가나, 해가 나는 날은 너무 좋다. 그런데 지금 비가 2주째 오고있네 눈치도 없이

처음엔 순댓국이랄지, 회랄지 이 곳에 잘 없는 것들이 너무 먹고 싶어서 유투브로 먹방도 좀 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봐도 진짜 맛있을까? 직접가서보면 생각보다 맛 없을 수도 있어. 이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사람들 이름도 잘 생각이 안나고, 자꾸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수다 떨때도 되도 않는 영어를 마치 지방에 이주한 서울사람이 경상도 사투리 쓰듯이 나도 모르게 툭툭 던져대며 나 캐나다사오~ 티낸다. 받아주는 평생지기 친구한테 고마울 따름이다. 


그 사이에 우리 가족은 시민권 신청을 하고, 얼마전에는 시민권 시험도 봐서 합격을 했다. 이제 만약에 한국에 간다면 외국인의 신분으로 가게 되는데, 기분이 엄청나게 묘할 것 같다. 그 사이에 친정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지셔서 캐나다 방문은 힘들 것 같고,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분명 20년이나 21년 쯤 한번쯤 왔거나 갔을 한국인데.. 지금으로서는 꼭 가야하나 라는 질문을 해대고 있다. 자꾸 디즈니랜드 가보고 싶고. 페리타고 보스턴도 가보고 싶고. 그렇게 바닷물이 예쁘다는 칸쿤도 가보고 싶다. 사람들은 나보고 이상하다고 하는데 나도 내가 이상한것 같다. 아마 너무 한국을 안가서 제정신이 아닌지도..


그냥 하늘이 엄청 파랗다. 쨍하다. 그리고 추움. ㅎㅎ

이 곳의 생활은 딴생각 할 시간이 매우 많으면서도 몸은 몹시 피곤해서 넷플릭스보다가 지쳐쓰러지는, 뭐 한 것도 없는데 심하게 바쁘기만 한 그런 삶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버리는, 그런 무시무시한 곳이다. 지금이 6월이라면 나는 지금 올 해 크리스마스를 생각할 정도로? 시간이 두배로 빨리 흐르고, 나도 그냥 훅 늙어버리는 곳. 뭐 재미있는 것은 없지만, 인생은 행복하라고 있는게 아니라 비관하며 재미있게 살으라고 있는 것이라는 어떤 인스타툰에서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아, 요즘은 조금 덜 신명나더라도, 그래 이게 인생이야 그냥 이렇게 살자라며 마음을 다독인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법륜스님의 강의fh 강단있게 내 마음을 수련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는데에 많은 도움을 얻었고, 신사임당님의 책 리뷰도 읽고 무릎도 쳐가며, 그렇게 부족한듯, 만족한듯, 하루하루 꼬박꼬박 삼시세끼 챙겨먹어가며 지내고 있다. 그래도 카톡 제목은 My Utmost for His Highest 하나님을 위해 최선의 삶을 살기로 다짐한 나의 지금보다도 더 풋풋하고 생각없던 20대의 결심으로 여전히 꼭꼭. 매일 들여다보며 오늘도 부끄러움 없는 하루가 되었길 바래본다만, 부끄럽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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