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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Sep 10. 2022

캐나다 일기

캐나다 사립학교에서 음악교사 되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덕분에 엄청나게 바빠져서 블로그 일기 쓰기 챌린지도 한 주 놓쳤다. 지금 챌린지가 아니라 너무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 속상하다.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단순함.ㅋㅋ그리고.. 물욕이 있음.ㅋㅋ)



이 일은 사실,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상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사립학교에서 음악교사를 구한다는 공고를 한 것이다. 캐나다에서 교사로도 한번 도전을 해 보고 싶어서 학점 전환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지만, 코로나로 6개월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던 때이다. 마치 반장선거 전에 반장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라 하면 갑자기 손을 들까 말까 고민되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 어린시절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한번도 손을 들어서 반장할 만큼 나댄적은 없습니다. 네. ㅋㅋ)



구글에서 몇일 밤을 검색하고 검색해서 휘황찬란한 레쥬메를 만들었다. 만능의 음악의 여신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같은 멋들어진 레쥬메였다. 별별 이력을 다 써서 넣고, 추천서까지 2통을 받아 서류를 넣은 게 6월. 여름 내내 연락이 없다. 그렇지. 이렇게 쉽게 될리가 없지. 라고 생각했는데 8월 말이 되자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겠다는 것이다.



손에 땀이나고, 잠도 못자고 들 뜬 마음으로 간 면접. 처음 본 사람에게 나오는 나의 주접이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속으론 외쳤지만, 겉으로는 온갖 주접을 다 떨고 오바하고 있는 나의 모습. 심지어... 음악을 안 좋아했다던 교장샘께, "캬~~ 저를 만나셨어야죠!" 라고 주접. 다 같이 웃었지만, 이게 아니라고 속으로 진짜 너 왜그러냐고 나 스스로에게 진짜 루저루저를 외쳤다.



막판에 교장샘께서 "그래, 선생님 딸은 피아노 계속 치나요?" 하고 물으셨다. "No, she..quit." 이 말 한마디에 교장샘과 초등부 교장샘 다 빵 터지시고 나는 정말 내 자신을 어떻게 뻥 좀 터트려 보고 싶었지만, 아 그래.. 어차피 안 될 건데 뭐. 하면서 돌아나왔다. 나오는 길에 초등부 교장샘과 또 미친듯한 썰풀이.. 30분을 서서 떠들었나.. 이것두 진짜 투머치 투머치.. 심지어 붙지도 않은 상황에 오케스트라 편성하자는 이런얘기까지 하고 난리났었음. 이러고 집에 오는 길은 하아... 안돼 안돼... 이래선 안돼.. 였다.



역시나 일주일이나 지났나? 다른 사람을 고용했다는 메일이 왔다.



많이 서운했지만, 주접중에서도 최고의 주접을 떨었기 때문에, 인정.



그러나 희망은 잃지 않았다. 보통, 새로 온 선생님들의 경우, 1년정도면 이직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무한 긍정 주의.



그래서 지켜보던 중, 역시나! 올 6월에 다시 공고가 나왔다.


이번에는 무려 음악, 미술, 불어, 화학, 초등부 담임 등 꽤 많은 다양한 포지션에 구직이 있었다. 작년에 화려뽱뽱한 레쥬메에 요란한 면접까지 치뤘는데 차였으니 다시 레쥬메 내기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되던 말던, 메일이나 하나 보내놨다. 하지만 좀 구차하게 보냈다. Totally opened to this position이라고 해서 보냈다. 언제든 연락 달라고.



그랬는데 놀랍게도, 8월에 연락이 왔다. 아직도 관심있니? 라고. 무슨 말씀!!! 당연히 관심이 있지요. 그래서 언제 만날까 물어보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또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다. 이번에 진짜 자존심에 심한 스크래치가 났다. 그래서 그냥 하던 일에 집중하고 다음학기 시간표 마무리를 해버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일주일 뒤에 의논하러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바로 다음주부터 교사 오리엔테이션과 런치 미팅을 하게 되었다.








난생처음 이런 이름표도 받아보고..!

무려 8월 마지막주에 휘몰아쳐 일어난 일이라 정말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이리하여, 이 학교가 생긴 이래로 첫 "외쿡인" 선생님이 된 나는 굉장한 관심과 우려를 받으며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놀랍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거다! 목표는, 짤리지 않고 내년에 재계약을 하는 것! :)



아마도 교장샘은 나의 주접은 조금 잊어버리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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