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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Nov 08. 2022

캐나다 일기

아름다워서 더 슬픈 가을 보내기


얼마전에 믿어지지 않는 일이 한국에 다시 일어났다. 내가 이민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지만, 이런 국가적인 재난이 개인에게 남기는 트라우마 또한 한 몫을 했었다. 그 어린 시절 무너져 내린 백화점, 다리, 그리고 나에게 정신적인 큰 충격으로 남은 세월호 사건과 이번 할로윈 사건. 모두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죽은 사람들은 무고한 시민들.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의 변화가 일어나길 바래본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시기에 힘든 일이 있었어서 한동안 글을 쓸 수도 없었고, 멍하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도 일상으로 돌아온 내가 조금 어색하다. 이래도 되나 싶고..



한 글자라도 써내려가지 않으면 다시 글을 쓰게 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오늘은 한번 글을 남겨본다. 2022년에 몽튼에서 보낸 가을의 흔적을 기록해 본다. 캐나다에서의 가을은, 정말 아름다운 시기이다. 단풍들이 물들기 시작하고, 기온이 15~25도 안팍으로 매우 상쾌함. 어딜가나 알록달록 단풍이 들어있기 때문에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온 동네가 단풍놀이하는 기분이다.









그러다가 비가 몇번 오기 시작하면서 점점 추워지고, 나뭇잎이 스산하게 떨어져 어딘가에서 마녀할멈이 빗자루를 타고 나타날것 같은 그 시기 즈음, 할로윈이 온다. 아이들은 신이 나고 설렌다. 일년 중 사실 크리스마스보다도 훨씬 재미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을 전체가 아이들을 위해 사탕과 초콜렛을 마음껏 풀어주는 마을 행사 같은 그런 분위기다.



할로윈이 다가오면 호박으로 잭오랜턴을 만든다. 보통 친구네 집에서 하는데, 친구네 집은 분명, 초토화가 될 것이다. 호박이 엄청 단단하다보니, 속을 파고 잘라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집집마다 호박 두세개씩은 보통 놓는 것 같다.








우리 큰 딸이 친구집에 가서 만들어 온 호박은 제일 오른쪽, 심플한 애다.







진짜 다양하게 조각도 잘 했다. 이건 친구집에서 친구들이랑, 그 집 오빠들 그리고 오빠들의 친구들까지 모두 다 같이 만든 잭오렌턴들. 솜씨들이 장난이 아니다!







그렇게 놀고는 할로윈 당일날은 친구들이랑 같이 Trick or Treat을 하러간다. 진짜로 아무집이나 딩동, 누르고 Trick, or Treat 이라고 말한다. 매우 당당하게. ㅋㅋ 그럼 또 매우 친절하게 집에 준비하고있던 사탕을 몸소 주기도 하고, 나는 집에 안 좋은 일도 있고, 코로나도 아직 있다고 해서 집 문 앞에 엄청 많이 내놓았다. 하지만 또 싹쓸이해가는 애들은 없다. 적당히 한 두개 가져가도록 부모들이 잘 가르치는 것 같다.








이렇게 할로윈이 시끌벅적하고 을씨년스럽게 끝이나면 이제 눈이 곧 내릴 듯한 겨울이 오곤 했었는데, 올해는 몽튼의 날씨가 매우 포근하다. 불안하리만치. 요새는 추운 날씨에 적응을 해서 날씨가 더우면 즐기질 못하고 불안해한다. 아직 첫눈은 오지 않았고, 이대로 크리스마스까지는 제법 좋은 날들이 이어지곤 하는 것 같다.



마음은 시베리아 광야만큼 춥고 힘든데 날씨가 포근하고 아름다우니 이 간극이 참 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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