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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Nov 12. 2022

싸인해_영어로

Put your John Henry


최근 들어 가장 인상깊고 기분좋은 구매를 한 것은 제자의 바이올린을 업그레이드 해준 일이다. 제자중에 어느새 2~3년을 배워오고 악기도 풀사이즈를 사야할 만큼 자라난 터라, 과감하게 조금 비싼 악기로 업그레이드를 하자고 제안을 드렸다. 어머님도 흔쾌히 허락을 하셨는데, 문제는 몽튼이라는 이 작은 도시에 업그레이드할 악기를 팔만한 상점이 없다는 점.



결국 오랜 시간 정성을 쏟고 고민하고 알아본 끝에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온타리오 구엘프라는 도시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올드바이올린 판매자와 연결이 되었다.








판매자의 동영상판매자의 동영상


이렇게 동영상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다. 현재 줄이 도미넌트가 아니고 연주자도 음정이 정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해도 소리가 너무 좋아서 매료되었다. 1910년경 만들어진 프렌치 바이올린. 말하자면 100년이 조금 더 된 바이올린이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깊이있는 소리가 제자도 맘에 들었다고 한다.



내가 내돈을 주고 사는게 아니고 학부모님이 나를 믿고 현금을 보내주시는 거라 내가 너무 마음에 부담이 컸다. 만약 저 사람이 사기꾼이라면 내 연습용 악기를 주기라도 해야 할까 이런 별생각을 다 하면서 구매결정을 하고, 판매자는 우체국에서 택배보내는 거 사진찍어 보내는 등 엄청난 실시간 영상 통화를 하며 결국 악기를 받았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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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운드 포스트가 떨어져 있고, 테일피스도 좀 헐어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잡음이 연주할 때마다 들려 나는 너무나 실망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부분에 대해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뒤에 답장이 왔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그러더니 수리비 만큼의 금액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고 고마웠다. 사실 캐나다에 와서 이렇게 자신의 판매, 서비스에 책임지는 태도를 갖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여기는 Sorry 를 하면 본인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어떤 때는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당연히 미안해야 할 상황에서도 Sorry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안해도 될때는 많이 하면서..



무튼 그리하여 또 수소문을 해서 찾아간 바이올린 수리공. 여기는 간판달고 상점에서 수리하는 수리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냥 그 사람이 사는 집에 찾아가서 맡기는 식이다. 간판도 사인도 아무것도 없다. 집 근처 악기판매점에 가서 전화번호로 묻고 물어 찾아간 곳은 소박한 작은 집에 두 노인 부부가 사는 꼭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지팡이를 팔 것 만 같은 그런 분위기의 동네였다.



그곳에서 쉽게 사운드 포스트도 달고, 악기 수리도 할 수 있었다. 7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동양에서 온 쪼꼬만 여자를 신기해하며 악기를 수리해 주었다. 보통 여기 사람들에게는 동양 사람은 그야말로 외국사람이니까, 신기하고 귀엽게(?) 보는 것 같다. 나도 40이 넘었는데...ㅎㅎ



무튼, 악기 수리공 할아버지가 구수한 언변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악기 고쳐놓을 테니 니 이름이랑 연락처 써놔~ 하면서 하는 말이,



You need to write down your John Henry. 라고 하신다.



언제나 John Henry지 다른 이름은 쓰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내가 뭔말인가..하고 쳐다보니 Signature를 John Henry라고 하신다고 한다. 세상에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진짜 원어민이 아니면 들어보기도 힘든 말일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휴대폰에 저장해 뒀다. 뭔가 길가다가 반짝거리는 보석을 하나 찾은 기분이었다.



돈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쉽지 않은 캐나다에서 악기 구매하면서 영어공부, 수리하면서 영어공부를 하게 된다.



고쳐온 악기는 세상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귀를 녹여놓는다. 참 감사하고 행복한 구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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