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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tree Jun 17. 2024

가고 싶은 대로

-그래서 만날 수 있는  (장이브 카스테르만 글 그림, 하리하)-

 

 내가 청춘이었을 때에는 여성의 독립과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에 대한 책이 무척 많이 출간되었다. 그것은 페미니즘과는 또 다른 의미로 소비되었다. 90년대 초중반이었으니 모든 문화의 생성과 전복이 있었던 때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거꾸로 나는 성공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또는 성공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류의 책에 열광하고 읽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조용히 반문해본다.

 장이브 카스테르만의 ‘가고 싶은 대로’의 책 표지에는 여자아이 하나가 보드를 타고 빌딩숲을 다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자아이는 심지어 눈을 감고 있다. 뒷 표지에 역시도 마천루 위의 경사진 면을 보드를 거꾸로 타고 다니는 아이가 있다. “네가 가고 싶은 대로 달려 봐!” 라는 문구와 더불어서 말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위험하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이는 롤러 브레이드를 타고 달린다. 그리고 세상엔 놀라운 일도 가득하고 갈 수 있는 길도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대쪽으로 가도, 담벼락 위로 가보아도, 새처럼 자유롭게 훌쩍 날아도 안전하다. 막다른 길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너보기도 하고 온 세상이 노을 빛으로 물들 때 까지 신나게 달린다. 아이는 어떤 위험에도 처하지 않고 세상을 긍정한다. 그 길 끄트머리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다정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일 것 같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다시 밤하늘의 별을 만난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의 얼굴엔 살짝 깃든 근심과 걱정 그리고 안도감이 깃들어 있다. 아이가 무사히 돌아온 것에 대한 인심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한 엄마는 아이와 밤하늘을 함께 여행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기다렸던 엄마의 얼굴에는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아’속의 아버지의 얼굴이 겹친다. 걱정을 하면서도 아이를 위해 약간의 위험함을 허락한 엄마 그리고 아이와 함께 다시 동행하는 엄마, 그것이 바로 돌아온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얼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선택하고 나아가고 넘어지고 돌아오고 하는 일련의 삶속에 아버지가 함께 하고 끝까지 기다리고 다시 여행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 믿음으로 아이는 성장하고 ‘가고 싶은 대로’ 달려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배소이의 키트: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아’그림/ 캐모마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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