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파는 상인, 다비데 칼리 글, 마르코소마 그림, 최병진 옮김-
‘행복을 파는 상인’은 조금은 진부한 내용의 그림책이다. 내용도 우리가 예상하는 ‘딱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목표가 바로 행복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라도 수시로 점검해 봐야 하는 것이겠지.
행복을 파는 비둘기는 단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새들에게 행복을 판다. 저녁에 가족이 오면 주려고 큰 단지를 사는 종달새 아주머니부터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작은 단지를 사는 굴뚝새 아주머니, 아이들이 많은 박새 아주머니는 묶음을 사고, 역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용할 오디새 아주머니는 포장된 한 묶음을 산다. 가격을 흥정하지만 결국은 제값을 주고 사는 참새아저씨, 몰래 행복을 사는 꿩 아저씨 등 행복을 사는 이들의 상황이 깨알같이 흥미롭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찌르레기는 예술가인데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작품을 위해 영감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비둘기의 행복 트럭이 떠날 때 행복단지가 땅에 떨어졌다. 쥐 아저씨는 얼른 주어서 집으로 와서 그 빈통에 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아이들과 즐거운 일상을 보낸다.
행복단지는 비어있어서 자신이 무엇을 채우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다. 이 책 역시 우리가 지극히 잘 알고 있는 그것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같은 상황이라도 행복을 발견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 그들은 같은 단지를 받았더라도 그 안에 채우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나도 역시 진부하고 단순한 이야기를 해본다. 단지에 무엇을 채우는 것이 좋을까? 역시 답은 단순하다. 사랑, 믿음, 소망, 배려, 아름다움, 우정, 건강한 몸, 평안의 날들, 아이와 잡은 손, 초여름 숲, 장미 향, 눈썰매장의 즐거움, 새벽공기, 튜울립 구근, 장마 뒤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 등등 이 단순하고 진부한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를 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의 권력과 돈 등의 물질도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많은 돈으로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또다시 진부하게도 작은 행복의 즐거움을 나는 귀하게 생각한다. 늘 평안한 삶. 단순한 루틴에 따라 움직이면서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며 생활하는 것 그것 또한 귀한 행복이다.
비둘기가 파는 단지는 빈 단지였다. 그 속에 무엇을 넣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지가 결실로 나타나겠지. 그런데 그 빈 단지에 거창한 것을 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그 따듯하고 아름답고 빛나는 세계를 꾸준히 채워가는 것 그것이 행복일 것이다.
* 이미지는 '행복을 파는 상인, 다비데 칼리 글, 마르코소마 그림, 최병진 옮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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