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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tree Jun 21. 2024

에페의 심부름 가는길    

-그래, 그 길이 바로  정답이었어, 유타바우어, 글.그림, 김영진 역

  

 와우! 정말 대단한 책이다. 좋은 책은 단순히 내용만이 아닌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다. 내게는 별다르게 매력적이지는 않은 책 표지와 제목과는 다르게 ‘유타바우어’라는 대가의 이름과 좋은 상을 두 개나 받았다는 정보를 듣고 이 책을 골랐다. 

 내용만을 소개하기가 미안해지는 책이다. 어느 날 임금님이 에페가 날쌔다는 소문을 듣고 아주 중요한 편지를 이웃 나라에 전하라고 성으로 불렀다.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 숲길을 가면 나오는 이웃 성에 편지를 전하려 에페는 길을 떠난다. 이 책의 앞과 뒤의 면지에는 에페가 지나온 길이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으로 작가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자마자 에페가 심부름 가는 길과 그가 만난 여러 친구들이 나온다. 에페는 마치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그들을 도와주고 친구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림책 아래쪽을 띠지의 형식으로 임금님의 시간을 그렸다. 마치 흑백필름과도 같이 임금님의 시간이 사건의 모습으로 흘러간다. 에페의 시간이 길을 찾으면서 동물들을 도와주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 그러나 목적은 분명한 시간인것과 달리 에페를 기다리는 임금님은 그저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 시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경과했는지 알려준다. 이 임금님의 시간은 다양한 사건이 있지만, 그저 평범항 우리의 일상과도 같다. 에페는 이웃나라성으로 가는 길에 다친 다람쥐를 도와주고, 공을 잃어버린 아이에게는 공을 찾아주고, 돼지 엄마 대신에 아이들을 돌보아주고, 염소할아버지의 길동무가 되어드리고 그렇게 가다가 괴물을 만나서 가던 길을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친구 마멋을 만나 그에게서 도움을 받는다. 



 에페의 일상 역시도 우리 삶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들이다. 다시 길을 나서서 이웃나라 성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성에 바로 에페에게 심부름을 보낸 임금님이 앉아계셨다.

 임금님은 받은 편지를 불태우고 에페에게 지난 이야기를 듣는다. 이 부분에서 궁금증이 폭발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작가는 돌린다. 그 성은 예전의 성과 연결이 되어있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전쟁 으로 그 성이 임금님의 것이 되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편지를 받자마자 불태운 것도 그렇다. 이웃에 선전포고를 했다면 이제는 필요가 없는 것이고,임금님이 자신의 삶에 대한 카운슬링이 필요했다면  게는 아주 멋진 서사가 된다. 그러나 임금님은 그저 성 옆에 작은 집을 지어서 같이 살자고 말하고 알마를 부른다. 그리고 에페의 심부름 길에서 만난 이들을 가끔 초대해서 즐거운 삶을 살았다. 


 우리는 누구나 삶의 길을 떠난다. 어제도 떠났고 오늘도 시작한다. 내일도 떠난 것이다. 그 길에서 여러 사건을 만나고 사람들을 볼 것이다. 내 목표가 명확하지만 그 길에서 만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 어쩌면 임금님이 듣고 싶었던 삶의 진실은 그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내용이 나름대로는 단순한 데 그것을 그림이나 작은 이야기들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디테일로 처리하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 이미지는 에페의 심부름 가는길(유타바우어, 글.그림, 김영진 역)에서 가져왔습니다.


배소이의 키트:

아침 햇살 맞으며 걷기/ 호박수프/ 라스베리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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