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온통 여수의 낭만
카페에서의 달콤한 휴식 후 이제는 또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여수의 케이블카를 타고 오동도를 향해 가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오동도하면 동백꽃인데 푸르른 가을에 가서 이 동백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하고 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동백꽃이 보고파 부산을 간 적이 있었다.
동백섬의 동백.
그런데 그때도 시기를 놓쳤었다.
한 달만 빨리 오지.
하는 지나가는 동네 아주머니의 말씀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었는데..
그런데 여수의 오동도를 갈 때는 그 동백은 조금도 생각을 못했다.
여수 가볼 만한 곳 찾으니 오동도가 나오더라.
아, 여기 가야지!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셋다 자전거 못 타니 걸어 들어가야 하네~
이렇게만 계획을 잡았으니, 그 당시에는 동백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다.
다행인가?
오동도를 가기 위해서 우리 셋은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물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이왕이면 해상 케이블카도 타고 싶었으니 일거양득이랄까?
바닥이 보이는 케이블차를 탈까 했지만 일반을 타기로 결정했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인지라 케이블 하나당 한 팀만 이용할 수 있어 한적하게 탈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은 시기는 케이블 한차에 두 세 팀도 탈 수 있다는 데,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아마도 여수의 여행은 코로나라서 더 한적하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좋은 일은 간간히 있다.
어쩌면, 모든 일들이 그런 듯도 하다.
안 좋은 일들 뿐이라고 생각하는 힘든 시절에도 웃었던 기억은 언제나 있으니까.
단지, 시간이 지나야 알아진다는 게 함정이지만.
여하튼,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을 해서 내리면 한적한 카페가 있다.
이름도 예쁜 동백카페.
와.. 지금생각하니 이 이름을 보면서도 동백을 1도 떠올리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아마 이때는 아직 꽃을 사랑하기 전이었나 보다.
이곳에서 잠시 여유를 가졌다.
오동도까지의 길이 그렇게 가깝지 않아서 조금은 다리를 쉬었다 가자는 생각.
그런데, 이곳에서 우연히 먹은 아이스크림이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바라본 풍경이 너무 좋았다.
아래로 보이는 바다와 시원한 공기 그 순간이 또 예술이더라.
그리고 이 달달함의 힘으로 오동도를 향해서 출발.
수많은 계단과 길고 긴 방파제 길을 지나야 했다.
그날따라 얼마나 날씨도 좋은지, 생각보다 긴 길을 걷는데 땀이 흘렀다.
그래도 좋다.
나란히 혹은 앞뒤로 천천히 그 길을 따라 펼쳐진 바다를 그리고 그 앞으로 보이는 오동도를 향해하는 시간은
그저 즐거웠다.
살짝 삐그덕 대던 시작도 있었지만, 어제 하루 그리고 오늘 좋은 풍경 속에 그런 삐그덕 댐은 조금씩 맞춰져 기분 좋게 맞아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드디어 오동도에 도착!
이 오동도도 모두 걷는 코스이다.
하지만, 산책로마다 우거진 수목 덕분에 그리고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바람 덕분에 그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걸으며 이곳에서도 유명하다는 곳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용굴이 있는 기암절벽과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바람골 사진 찍으면 너무 예쁜 대나무숲길과 그때는 들어가 볼 수 없었던 전망대까지.
사실 절대 짧은 코스가 아니었음에도 우리는 그곳의 시간을 즐겼다.
모든 곳이 아름다웠던 찬란했던 오동도에서의 반나절은 아쉬움 하나 남기지 않았다.
아, 물론 지금은 동백을 보러 또 가고 싶은 곳으로 살짝 미련을 주고 있지만.
서서히 해가 지는 풍경 속에서 살짝은 지쳐가고 있을 때 오동도를 빠져나왔다.
해가 지는 풍경은 모두 볼 수 없었지만, 저녁을 먹고 그 해가 진 후의 풍경을 케이블카에서 즐기기 위해서.
사실 오동도는 차로 이동도 가능하지만, 케이블카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바다를 내려다보며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 전날이 바다 위에서 즐기는 야경이었다면, 오늘은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포인트다.
그런데, 요건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 않더라.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는....
살짝의 실망도 있었지만, 오동도에서의 피로를 케이블 카에서 조금은 풀 수 있었다.
이날 우리는 오늘의 저녁으로 돌문어 삼합을 선택했다.
여수의 먹거리 중 하나인 요 메뉴를 안 먹고 갈 수는 없었으니까.
하루종일 걸었으니 단백질 보충은 필수!
그런데 내가 찍은 식당이 또 만만치 않게 걸어야 했다...
맛있다고 해서 찾아는 가지만, 가는 길이 험난한지 살짝 짜증도 날만한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슬슬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낭만포차거리.
낭만이 묻어 있는 이 거리를 걸으며 그 이름 그대로 낭만을 즐겼다.
그리고 도착한 식당.
얼마나 반가운지!
다행히 오랜 대기 없이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고 있는데, 배고 고픈 상황이니 입맛이 다셔졌다.
드디어 기대했던 음식이 등장!
가운데 돌문어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고 전복과 삼겹살과 각종 야채들이 돌판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시간,
행복이 따로 있나.
이게 행복이지 싶은 그런 순간이다.
이 삼합을 야무지게 먹고 한국인이면 당연한 볶음밥까지!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다시 여유가 생긴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걷는 길이 그렇게 또 예쁘다.
해는 완전히 져물었고 깜깜한 어둠이 깔리고 있는 그 길이 그 한적함이 또 좋다.
힘이 드실 만도 한 부모님도 함께 즐겼던 그 시간이 방울방울 떠오르니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이날의 여정은 어쩌면 조금은 돌아가는 길이었을지 모른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을지도, 조금은 더 편한 선택지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여정은 온통 여수의 낭만이었다.
조금은 돌았을지는 모르지만, 그 도는 길마저 낭만이었던 하루.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아침부터 점심 그리고 저녁에서 밤까지 그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그날의 밤은 무척이나 깊은 잠을 잤다.
전날 자지 못했던 잠까지 다 몰아 잔 듯이.
여수의 마지막 밤은 무척이나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