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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운 Jan 06. 2023

03. 인간의 친밀감

숨구멍 트기

이렇게 스리랑카의 상황이 확실히 한국에서의 삶보다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업무 외의 시간을 힘들지 않게 보내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했다. 그리고 말을 해야 했다. 툭툭을 타거나 물건을 살 때 간단하게 내뱉을 수 있도록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던 싱할라어는 단순 흥미를 넘어 진지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재밌었고 한국문화를 잘 아는 싱할라어 선생님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말도 잘 되지 않는 소리들을 뱉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동료들뿐만 아니라 다른 층, 다른 팀 직원 분들까지 관심을 가지시며 나의 어눌한 싱할라어를 재밌어 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내 자리를 지나가실 때면 괜히 한 번씩 싱할라어로 말을 걸어보기도 하시고 나 또한 괜히 간단한 대답을 싱할라어로 해보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던 이방인으로서의 벽은 한 층 씩 빠르게 허물어져 갔다. 어느덧 사무실을 나가는 게 행복했고 퇴근하고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 즐거웠다. 언어는 단순히 말 그 자체가 아닌 문화의 연계였고 인간의 친밀감을 증폭시키는 가장 빠른 수단임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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