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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돌 Aug 21. 2024

담아두다

'아름다운 마음들을 모아서' 마지막 에피소드

Ep. 10 담아두다

2019. 7. 5. Written by 여울돌

마음이 자라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을 수 년째 만나고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이다. 얼마 전, 21년, 22년 근무했던 지역아동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할 때, 한 아이가 '선생님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죠?'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하루 종일 마음이 따듯해졌던 기억이 난다.



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 내가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기억을 선물해 준 사람으로 남아있구나라는 것은 지난 시간에 대한 증명과 그 시절 내가 쏟은 열정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더할 나위 없이 큰 보상이었다.



대학생 시절, 아동과 청소년을 만나면서 가진 한 가지 목표가 있다.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는 순간으로 만들어주자.' 열심히 실천했지만 잘했는지는 의문이 남을 때도 있었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곤 한다. 자라온 지역에서 청소년지도사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한 종류의 보람이랄까?



대학생에서 실무자가 되면서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목표도 한 단계 성장했다. '이 활동을 통해 이 청소년의 삶 속에서 잊지 못할 한 가지의 경험을 선사하자.' 잘하고 있는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기관에서 청소년 대학 후기를 읽으며 마음 한편이 찡해지는 경험을 했다.



경험의 연결, 쌍문동청소년문화의 집의 목표. 삶의 모든 경험을 연결해 선으로 만들었다는 스티브잡스의 연설처럼 나는 그들의 삶 속에서 한 획을 긋는 것을 돕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더 크게 도울 수 있겠는가? 여러 질문이 꼬리의 꼬리를 문다.



아이들의, 청소년의 마음이 자라나기 위해선 무슨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까? 신기하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정작 성장하는 것은 나일 때가 많은데. 아이들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마음을 나눠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사랑으로 보답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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