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희 Jan 14. 2023

일상 속 하브루타 대화법

7세 딸과 싸우지 않고 대화하기



서점을 가보면 교육 신간부터 쭉 훑어보곤 하는데 요샌 하브루타 관련서들을 전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 교육의 대중적 트렌드인가 싶다. 이스라엘 전통 교육법으로 알려진 하브루타. 아이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또 질문하고를 반복하다보면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되어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원리로 나는 이해했다. 특별한 교수법이라기 보다는 밥먹는 식탁에서 이야기하고 책을 읽다가도 끝없이 질문하는 그야말로 실생활에 적용가능한 교육법이다.





하브루타는 하베르 라고 하는 히브리어로 '친구'를 뜯하는 단어로부터 유래됐다고 하는데 마주앉아서 책을 읽고 토의하고 논쟁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 나를 존중해주고 의견을 경청하는 부모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7살 딸아이와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고 싶다. 스스로 깨닫고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멘토로서 때로는 다독여주는 친구로서 평생 친구같이 그렇게.



내가 책으로 읽어본 하브루타는 가정 교육에서도 특별함보다 일관된 부모의 태도가 중요했다. '왜' 라는 의문점을 남기고 아이에게 질문에 질문을 던진다. 자녀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길을 터주는 것은 엄마인 내가 할 일이다. 그 대화법의 기본에는 부모가 판단하기 이전에 자녀를 평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깔려 있었다 . 내가 했던건 대화라기 보다 훈계 또는 야단이 맞지 않나 싶다. 반면 나는 어땠나를 요새 생각해보곤 하는데 형편 없었다. 기본적으로 아이는 어리고 생각도 어릴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에 잘못하면 이유 불문하고 "하지마!" "엄마가 안되는 거라고 했지?"라는 다그침이 먼저 튀어나온 것 같다. 딸과 평생 단짝으로 지내고 싶어하면서도 아이 속은 잘 모르는 , 주고받는 핑퐁대화란 좀처럼 해보지 않은 겉만 번지르르한 느낌이다.




나는 책에서 눈으로 읽고 머리에서 되뇌이면서도 이를 잘 실천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하브루타를 아주 짧은 단편처럼 실천해보았던 하루였다.



에피소드 1


내 딸 지유는 아침에 유치원을 들어가는 입구에 서서 자주 울음을 터뜨린다. (아직 왜 우는지 딸아이는 입을 닫아버려 '울면 바보야'라고 훈계하고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이건 내잘못이다...)

이상하게도 씩씩하게 유치원을 들어서다 현관앞에 다다르면 갑자기 무섭다고 혹은 엄마가 앞에 있는데도 보고 싶다고 울며 입구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원장님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아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처음에 당황하던 원장님이나 선생님도 이제는 아이가 울면 바로 2층 교실에 계신 선생님을 호출한다. 곧 선생님이 급히 1층으로 내려오셔서 울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가신다.

내가 보이면 아이가 더 울까봐 나는 빨리 빠져나오기 급급한 엄마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도 귀찮고 짜증났을텐데 나는 왜 바로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교정하지 않았을까 싶어 시간을 되돌리고만 싶었다.


' 지유는 왜 우는 걸까 ? 본인이 우는 이유를 알고 있을까? 자꾸 우는 행동은 고쳐야 하는게 맞고 그 행동이 반복됨으로 인해서 상대방 (선생님, 원장님 , 친구)이 당황할 수도 매번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왜 유치원갈때 울음을 터뜨리는지.

본인이 우는 행동으로 상대방은 얼마나 난감하고 귀찮은 일을 해야하는지를 아는 것이 오늘의 숙제였다.

평소 같았음, 아이에게 가르친답시고 훈계를 했을 나였다.'울면 바보야. 울지마 니가 아기야?'등등 거의 반 협박조의 단어들로 가득했는데 오늘은 틀리다. 아니! 다르다. 하브루타 대화법 . 니가 왜 그런 행동을 했고 니가 타인이 되어보는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


대화 1.


집에 오는 길.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유치원 문앞에서 울음을 터뜨려버린 일에 대해서 말이다.




"지유야. 너 오늘 아침 기분이 안좋았어? 유치원 들어가는데 니가 울어서 엄마도 집에 가는 내내 기분이 안좋았어 ."


나의 물음에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주었다.


"응, 갑자기 엄마와 헤어지려니까 눈물이 났어 . 또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이 복잡했어 . 그래서 엄마한테 인사도 못하고 선생님하고 교실로 올라왔어 ."


검정 바둑알 같은 맑은 눈알 굴리며 딴청피우며 말하는 늘 비슷한 레퍼토리 ㅎㅎ


"근데 지유야 유치원 앞에 지유 친구들이 있었잖아. 너와 같이가려고 기다려줬는데 갑자기 지유가 울어버려서 친구들도 당황한 것 같아 ."


내 말을 듣더니 아이는 잠시 묵묵 부답이다. 아마 본인이 생각해도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건 당연하겠지. 상대방 입장이 되어 본적 없는 어린 아이니까 이것도 당연한거다.


"지유야 ,

만약에 네가 친구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같이 들어가자고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울어버렸다고 생각해봐. 지유 기분이 어떨거 같아 ?"


"......."


아이는 본인이 불리하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집에 와서도 나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ㅋㅋㅋ 나는 포기하지 않고 재차 물어본다.


대화2 .


"만약에 지유처럼 친구가 갑자기 울면 지유기분은 어떨거 같아?"


" 응..친구가 자꾸 울면 나도 기분이 안좋을 거 같아 ."


" 것 봐 지유야. 너도 기분이 안좋지? 엄마도 집에 올때 기분이 안 좋았어. 그리고 네가 울때마다 매번 널 데리러 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시는 우주반 선생님은 아침마다 얼마나 힘드실까 ? 선생님은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말이야. 너를 데리러 1층에 오면 다른 아이들은 돌봐줄 선생님이 없는 거잖아. 그건 친구들한테도 미안한 일이고 ."


아이는 묵묵히 듣고만 있고 , 내 이야기를 안듣는 척 의자 아래로 내려가 몸을 베베꼬꼬 딴청을 피워댔다. 듣기 싫은 말이라는 뜻이다. 이토록 이제7살인 아이가 다른 이의 심정을 고려해본 적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내 자존심이 상하지만 인정하는 듯 기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말한다.


....


"나 데리러 올 때 선생님이 너무 힘들 것 같아 . 응..그러니까 나 다음부터는 안울래! "


오!!!

나는 아이의 심정을 물어봐주고 곧이어 '왜'라는 물음표로 다시한번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상대방이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물어봤을 뿐인데 아이는 아주 간단한 하브루타로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해주었다.



"잘 생각했어. 그리고 데리러 오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리자"


나는 마지막 조언을 덧붙여주고 대화다운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나까지 큰어른이 된 느낌. 늘 일방적 주입이었는데 아이와도 핑퐁대화가 가능하다니. 내가 딸아이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살았나 싶다. 오늘은 주입식 대화 " 너가 애야 ? 왜울어 바보같이? 울면 안되는거야 !!"등등 아이 기분을 압살하는 단어는 단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책 내용에 남는 내용이 있다.

아이에게 늘 " 너의 생각은 어떠니 ?" 왜 그렇게 생각하니?에 대해서 물어봐줄 것. 니가 내가 되고 내가 니가 되어보는 아주 기초에 튼실한 대화법 . 유난히 타인과 소통이 어렵고 쑥쓰러운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일테지 .



분명 아이가 모르는 세계가 감정이 있다. 그것을 알려주고 깨닫게 하는 것은 부모가 해야 할 영역이 아닐까. 첫 걸음마 신발을 걷고 엄마 두손을 잡았던 아기처럼 그렇게 아이의 눈을 보고 대화하는 법을 난 배우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웅크려듬의 냄새를 벗어나자. 봄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