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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대리 May 29. 2021

'자기계발'의 늪

- 20대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첫 번째 편지

자기계발의 늪에 대해서

 "당신의 자기계발은 그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나요?"


  늘상 연초마다 계획을 세우는 우리들에게 한 번쯤 묻고 싶은 말이자 맹목적으로 치열했던 나의 20대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이다. 


 20대의 나는 굉장히 치열하게 자기계발에 임했다. 완벽을 추구했지만, 사실 그 때의 나는 다소 이상한 프레임에 갇혀있었다. 20대 초반의 나는 성적도 좋고, 예쁘고, 날씬하며 교우관계도 좋은, 모든 것을 잘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러한 롤모델에 대한 영감은 도대체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지만(아마도 드라마나 소설이 혼재된 것일테지만)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기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그 발버둥은 되려 나를 속박하고 괴롭혔다. 학점과 영어성적 등과 같은 그 수치들만이 나의 능력을 증명해줄 수 있다고 믿었기에 매 학기 나를 갉아 성적의 노예가 되길 자처했다. 뿐만 아니라 상상하는 완벽한 몸매를 갖기 위해 온갖 애를 썼고 주6회 헬스장을 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만들었으며, 매번 화장품과 옷을 충동구매하면서 외적인 모습을 꾸미는 것만이 완벽에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과정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자기계발의 늪에 많이 공감할 것이다. 특히 20대는 흔들리기 쉽고, 타인의 시선들에 아직 많이 흔들릴 나이니까. 20대의 내가 빠져있었던 자기계발은 결국 '나'를 병들게 만들었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서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면 모든 사람이 나를 더 많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그 무수한 활동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하루를 건강하게 채워가기보다 짜여진 계획에 맞춰 살아가는 노예로 만들었다. 


 서른 살을 맞이한 지금의 나는 관절건강을 잃었고, 면역력도 약해졌으며 정신 건강에도 다소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야하는 순간에, 십년 간 많이 망가져온 나를 위해 결국 브레이크를 걸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나는 어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걸까. 사실 꿈꿔왔던 '완벽'은 불가능하며,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완벽'해지고자 했던 시간 속에서 '나'는 없었고, '나'를 잃으면 사실 '세상'을 잃은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이제 내가 맞이한 30대의 점차 자기계발은 달라지고 있다. 목표만 있었던 자기계발에 나만의 목적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추구하는 목적은 '진정한 나'를 만드는 것이다. 한 끼의 식사는 나를 건강하게 채워줄 연료이며, 운동은 내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활력을 주는 활동이 되었다. 각종 공부는 세상과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며,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다. 하루의 일정을 느슨하게 풀어 낸 일상에는 여유가 생겼고, 이제서야 차 향기정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오늘 하루를 즐기게된 지금, 나는 드디어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있다. 


 당신, 혹시 자기개발의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 힘을 풀고 그 늪 위로 올라오라. 

 그 속에서 발버둥을 친다면 그 늪은 당신을 좀 더 깊숙하게 끌어당길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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