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발한다

by 김인영

공자는 ‘칠십 이종심 소욕 불유구’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나 일흔 살이 되면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여전히 예의를 지키며 법도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멀지 않은 날에 칠십 나이를 바라보는 나는 아직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면 위험하다. 조금은 충동적인 성향 탓에 원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도 여전히 엎질러진 물을 바라보며 한 숨을 쉬곤 한다. 오늘 내 안의 숨은 바이러스를 찾아내고자 한다. 불과 일주일 동안에 일어난 부끄러운 사실을 알리며 나를 고발한다.


월요일. 먼 나라에서 한때 은막을 주름잡던 금발이 아름다운 82세의 고령의 노배우는 지구를 보호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금요일마다 집회를 참석한다. 그 나이에 보통 노인들은 소화하기 힘든 붉은색의 코트를 걸치고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의 신념을 외치며 꼿꼿한 자세로 손에 수갑을 차고 경찰에게 연행되어 가는 모습을 보니 부끄러웠다. 나는 내 몫의 울타리를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고 안심을 한 것이다.


화요일. 나는 대사증후군 검사를 받고 나왔다. 6개월 전에 친절한 간호사와 너그러운 의사 선생님과 약속한 생활 습관을 지키지 못한 탓에 전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결과와 처방전을 받았다. 여전히 과체중이고 복부비만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이런 나를 고발한다.


수요일. 나는 지금 인생의 겨울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여전히 떨치지 못한 것들로 괴로워했다. 텅 비어 가는 벌판을 보고 나무 잎 떨어진 숲길을 거닐면서도 버리지 못한 무거운 욕심으로 가득 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을 갈망하며 자책했다. 내가 가지고 누린 것으로 마땅히 지녀야 할 감사함을 잊은 것이다.


목요일. 덕을 세우지 못했다. 나의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에게 인정은커녕 그녀의 뿔난 사고를 탓하고 나 또한 그녀의 단점을 찾으려고 눈과 발이 바빴다. 너그럽지 못한 나를 슬퍼한다.


금요일. 나는 오늘도 바빴다. 그러나 정작 챙겨야 하고 마음을 주어야 할 사람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한 통의 전화만으로도 외로움이 잦아들고 온기가 가득 찰 그이의 방을 찾아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폐지를 담은 노인의 눈길을 피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나만을 생각하는 부끄러운 이기심을 어찌 고발하지 않겠는가.


토요일. 산과 숲을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을 주말에 하늘을 나는 새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고 어디선가 올라오고 있을 작은 숨소리를 놓치고 말았다. 봄의 전령은 얼어붙은 땅과 작은 돌 틈 사이로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생명을 키우고 있을 터인데 나는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내 나름대로의 원칙과 습관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무디어진 삶의 생활 태도를 반성한다.


일요일


나는 다짐한다. 마음에 작은 씨앗 하나 심으리라. 남은 세월 동안 사랑의 꽃을 피우고 향기로운 날로 채워가며 나누고 낮은 곳으로 물처럼 자연스레 흐르리라. 내게 남겨진 해야 할 사명을 찾아 노래 부르며 사막 길을 가리라. 석양이 벗한 곳에서 지치지 않고 나를 기다리는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별 가득 찬 하늘을 바라보며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평안히 눈 감으리라




오늘도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부끄러운 나. 하지만 앞으로 남은 길 위의 삶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않으며 내 안의 준엄한 명령에 순종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행해도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한다.




아직 일요일의 다짐을 성취하지 못한 나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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