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던 중
한 분이 살포시 내어놓은 것은 해바라기 씨였다.
거무스름하고 조금은 짭조름한 껍질을 까고 얌전히 속살을 내보이는 작은 녀석을 입에 넣으며 오랜만에 맛보는 씨앗에 우리 모두는 반가움을 표한다.
해바라기.
이번 여름엔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듯싶다.
오늘은 내리는 비에 파묻혔는지 아침을 깨우던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들은 결국 끝이 있으니
사라진 매미처럼. 들판을 황금빛으로 수놓은 해바라기도 곧 머리를 숙이며 자리를 내줄 것이다.
황금빛 해바라기. 그것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것을 볼 때면 늘 삶의 기운을 받는 듯했다.
어릴 적 집 마당의 해바라기는 키가 컸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큰 것만 있는 줄 알았다.
나이 들어 이태리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목의 해바라기 들판의 장엄한 경관은 경이로웠다. 사실 피자보다도 콜로세움 보다도 은근히 그 광활한 꽃의 벌판을 기대했던 여행이었다.
소피아로렌의 ~해바라기~가 떠오르는 그 안타까운 운명의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를 덮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 들었지만
지금관 달리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나는 꽃밭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꽃의 바다 같은 그 장엄한 풍경을 보고 싶었다.
창가에 스치듯 지나치던 감동이라니~
꽃들은 제 운명을 탓하지 않는다. 꽃들은 비교하지 않는다. 꽃들은 존재 그 자체가 빛이다. 꽃은 어느 한 포기의 꽃도 울지 않는다. 울음을 보이지 않는다
누가 꽃을 보며 인상을 찌그리겠는가.
꽃은 어린이이다
꽃은 천국이다.
이름이 없어도 괜찮은 존재
무명이어도 풀꽃이어도 상관없다.
산속이나 들판이나 돌틈이나 잘 가꾸어진 정원 위의 꽃도 모두 자신의 몫이 있다.
혼자 서도 피고 무리 지어 피며 타고난 운명대로 피었다 진다.
불평 없이 살다 간다.
여름의 꽃 해바라기가 지고 있다.
태양을 향한 사랑을 목 놓아 외치는 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오늘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