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워 있다. 이번 주에는 자주 있는 일이다.
내 모든 목에 커다란 플라스틱 집게가 걸려 있다. 살에는 투명하고 축축한 젤이 스며 있고 ㅡ 그 차가운 기분을 조금 좋아한다 ㅡ 등과 어깨에는 둥근 원들이 밀착되어 있다. 왼쪽 손가락에는 회색 기계를 붙였다. 아 .. 움직이면 안 되죠? 네, 그냥 힘 빼고 계세요. 5분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손목과 발목에 걸린 집게들 때문에 팔다리가 조금 어색하고 무겁다. 침대가 좁은 건지 몸이 경직돼서 그런 건지 팔이 자꾸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다. 플라스틱 집게들이 어떤 색깔인지 보고 싶은데 누워서 움직이지 않으면 보이는 것은 내 흰색 니트와 천장 ..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오랜 시간이 부드럽게 만든 흰색. 이상하지. 그런 곳들에서 잠이 잘 온다. MRI의 부드러운 기계 안, 붉은색 조명이 켜진 격자무늬 담요 위, 녹색 시트와 커튼 속 .. 온몸에 적당한 줄과 압력을 살짝 달고. 그런 곳들. 머리가 뜨겁고 몸이 무거운 기분이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천장으로.
그대로 - 어설프게라도 - 잠이 들고 싶었는데 5분과 1분의 검사는 생각보다 짧다. 시간을 짐작하고 있으면 검사가 끝났습니다 울리는 기계음이 들린다. 고개를 들고 보았다. 집게들은 노란색이랑 초록색이랑 빨간색이었네. 아까 노란색은 얼핏 본 것 같았는데 .. 자리에서 일어나 물에 담근 몸처럼 졸린 눈을 깜박거리고 고개를 흔들면서 한두 주 전에 쓰지 못한 문장들을 떠올렸다. 버스 손잡이의 색깔들. 심야의 기차처럼, 형광들을 드문하게 받고 희게 빛나는 광택을 가진 빨강 초록 파랑 도형의 손잡이들.
그 다음은 (누워서) 하는 피 검사 .. 그리고 물리 치료. 검사지.
아주 연한 초록색 검사지에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3점 이상씩으로 체크하게 되었다. 하면서 생각 .. 아니 나는 어쨌든 대체로 건강한데.. 왜 이렇게 아 맞아 하고 박수 치고 싶은 질문들이 이렇게 많지. 오래 고민한 질문도 있었고 '다리에 불안감을 느낀다' 라는 표현은 너무너무 신기했다.
B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그냥 '손이 건조해요'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증상들을 말할 때마다 정확하게 답을 주시는 게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그 정확성이 이상했다는 게 아니라 거기에 아주 오래 기다려왔던 어떤 것을 느끼는 내가 신기했다. 들으면서 간간이 선생님의 창틀에 올려진 가습기를 바라보았다. 두 겹으로 된 희부옇고 투명한 가습기. 너머의 회색 창밖. 내가 보고 자란 간판들과 횡단보도와 가로수.
너는 아프다. 이것은 그것이다. 라는 말에 오랜 기다림의 해소와 위로를 느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등과 어깨에 다시 투명하고 차갑고 축축한 젤을 바르고 녹색 침대 위에 누워 생각했다. 아 -나는 네가 원하던 사람이 된 걸까? 흑백의 차르륵 넘어가는 화면들을 좋아하던 - 그들의 눈빛과 눈매를 하나하나 짚던. 그런 흑백의 아름다운 고통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의문들을 생각하던. 그냥 그런 생각을 하다가 관두었다. 어쨌든 나는 녹색 검사지의 부드럽지만 얼버무리지 않는 단어들과, 아침에 일어나면 심장이 빠르게 뛰는 현상에 대한 답을 들은 것으로 족했다. 아무튼 그 날 - 장소를 바꿔가며 누워 있었던 날 - 나에 대한 그 답을 들은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