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일

by 유조


원래는 12월 31일에 노래 하나를 골랐다. 그냥 좋아하는 노래들이라 그런지 혹은 진실인 것들은 넓은 면적을 덮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 모르겠지만 보통은 가사대로 일 년이 알록달록해졌다. 그것들은 발설하지 않기로 하지만 그렇게 정한 노래들은 모두 빠짐없이 묘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올해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고르지 않았지만 음악을 틀고 시간을 보냈다. 아주 늦은 밤이었고 나는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고 아주 혼자였다. 타이틀에 있는 단어들 중 하나의 뜻을 찾아보고는 뒤늦게 좋았다.

일은 - 혹은 그런 것은 오는 것, 이고 가끔은 모두 한꺼번에 온다. 죄책감과 후회와 고통과 나쁜 것과 어떤 것과 죄는 모두 다른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

다음 날에는 한 번밖에 먹어보지 않은 구겔호프를 구웠다. 엄청나게 밀가루 맛이 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옅어져서 괜찮아졌다. 밤에 플래시를 터뜨려서 둥근 유리 안에 들어 있는 구겔호프를 찍었고 아침에는 그 위에 시럽을 둘러 먹었다. 포삭한 단맛.

병원을 가는 날에는 눈이나 비가 늘 오는 것 같은 기분. 좋고 나쁨(약이 필요한지)은 엇갈리지만 병원 가는 날은 눈과 비, 진눈깨비로 기억되고 있다. 그냥 네가 나가기만 하면 비가 오는 건가봐 .. 하는 대화. 최근에 간 병원에서는 선생님이 인사보다 먼저 막 물어보시고 검사를 하셨다. 좋네. 잘하네. 하시고는 앉았고 나는 웃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조금 더 하고 싶었는데 진료에 대한 감사 말고 감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감사하다고 했다. 약을 줄였고 편두통 약이 떨어지면 받으러 오라고 하셨다. 약은 분홍색. 가루가 떨어졌던가? 잘 모르겠다. 매일같이 오던 편두통이 아주 많이 줄었고 목 뒤에는 붉은 자국 자국들이 남았다. 물리 치료를 받으면 자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를 꼭 별명으로 부르는 친구들이 있다. 언제부터 그런 별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 키랑 관련이 있었던 것 같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친해진 친구들. 어린애의 얼굴들. 지난 달에 생일이었던 친구의 집에 모여서 김치볶음밥을 해먹었다. 김치를 자르고 햄을 넣고 (나는 스팸을 먹어본 기억이 손에 꼽았던 것 같고) 밥을 넣고 하다보니까 양이 조금 많아졌다. 가운데 치즈를 넣고 티비를 틀고 먹었다. 저녁 먹었더니 10시야 - 집에서 털조끼를 입은 친구와 인형을 끌어안은 나와 이불을 휘감은 친구와 소파를 차지한 친구는 가끔씩 서로 모습을 바꾼다. 우리는 화를 내고 웃고 소리를 지르고 쫓아다니고 박수를 치고 뒹군다.

조금 일찍 잠이 들고 (시간이 늦으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아침에 움직이자는 친구의 말)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왔다. 술을 마신 것처럼 찌개! 를 먹었다. 뽀송한 얼굴과 뚝배기 속 국물. 겨울의 냄새. 은색 젓가락과 가운데 놓고 먹는 음식들. 김이 서린 창문과 깨끗한 공기.

끝내주게 맛있는 땅콩 샌드가 있다고 이끄는 Y를 따라 초록색 차양이 있는 빵집의 땅콩 샌드를 샀다. 걷는 길은 간간이 엄청 추웠는데 햇빛으로 텅 빈 놀이터에 가서 앉아 그걸 나눠먹었다. 진짜네 - 여름에 먹어도 하나도 안 뻑뻑하고 진짜 맛있었겠다. 하얀 식빵과 오독 부들한 땅콩 샌드. 일요일인데도 사람이 아무도 없길래 Y와 놀이터에서 놀았다. 패딩을 벗어두고 그네를 타고 구름다리를 하고 미끄럼틀을 내려가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다음에는 숨바꼭질을 하자. 아니면 얼음땡. 시소에는 넌센스 퀴즈와 답이 적혀 있었다. 다 흐려져서 알아보기 어려웠는데 한 단어씩 어! 하게 되고 -

K에게서 읽을 책 하나를 빌려왔다. 그 책이 마음에 든다면 나는 활활 타는 질투와 동경을 가지게 될 거야. 그리고 아마도 곧 잊어버리겠지.

끊임없이 생각하기. 내가 서 있는 곳을 내가 모른다는 것 - 가끔은 그게 정말 분명하고 선명하고 또렷해 보여도. 나는 여는 법을 더 알고 싶고 민망함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싶고 알록달록한 색깔 속에서 가끔은 잠들고 가끔은 모든 걸 가지고 싶어하고 싶고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싶다. 나는 내가 서 있는 곳을 모른다는 걸 기억하고 싶어. 손이 터서 빨개졌다. 무언가를 바르면 조금 나을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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