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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우 Nov 26. 2022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 입장권 싸게 구매합시다

NASA Kennedy Space Center, my space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를 하려고 해도, 볼 게 별로 없는 우리 동네를 벗어나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역시나 올랜도, 북 오브 몰몬 뮤지컬에서 선교사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누군가에게는) 꿈의 도시 Orlando 아니겠는가. 크고 작은 놀이공원이 100개가 넘는 올랜도의 목적지 중에서도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은 막내아들최애 레고랜드? 아니다. 동물 애호가 큰애 취향이고 말 많고 탈 많지만 일단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범고래쇼씨월드? 여기도 좋지만 제끼고. 마냥 아이들 취향일 것 같지만 의외로 성인 남자인 낭군님이 추억 돋는다며 좋아하는 디즈니 월드, 너무 광활하고 비싸서 좀 그래, 연간 회원권 덕에 최근 가장 자주 방문했고 공들여 만든 흔적이 가득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좋기는 하지만 2, 3위 수준, 내게 올랜도 최고의 방문바로바로 올랜도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진 -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올랜도라 하기는 애매한 - 바닷가에 위치한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다. 입장료가 다른 테마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는 절대 아니고! 상당히 교육적이면서도 약간은 놀이공원 같고, 한편으로는 다른 곳에서 쉽게 감상하기 어려운 인류의 도전정신에 대한 찬사넘치도록 보고 들을 수 있고, 우주탐사진심인 미국인들의 국뽕 내지는 자부심이 이방인인 나에게도 전이되는 묘한 느낌이 굉장히 특별하기 때문이다.


(케니디 스페이스 센터에 대한 별채 글)

https://here-now.tistory.com/2

출입구 근처 우주비행사 관련 전시관. 이름부터가 참... 냉소적인 나에겐 살짝 거슬리기도 하지만, 목숨 걸고 우주로 향해 더러는 살아남고 더러는 속절없이 산화한 이들이니 일견 인정

표는 인터넷으로 미리 살 수도 있고, 일단 방문한 뒤 셔틀 모양의 발권기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는데, 나는 미리 구매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미리 사두지 않으면 주차장에 들어갈 때 무조건 주차비를 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구입해둔 애뉴얼 패스 바우처를 사서 보여주면 그냥 돈 안 내고 가도 된다, 게다가 올랜도 대부분의 어트랙션이 그러하듯 1일 입장권으로 2번을 따로 주차비 내며 가느니 돈 조금 보내서 연간 회원권을 끊고 2번 방문하는 게 주차료도 아끼고 더 저렴할 수 있어서다. 케네디 우주센터가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는 후기도 있는데 버스 투어도 시간을 꽤 잡아먹고 계속해서 새로운 전시관이 생기는 추세라 하루에 다 보는 것은 내 생각에 무리, 갈 때마다 새로 발견할 것들이 많다. (물론 하루에 3, 4개의 주 경계선을 넘고 그랜드 캐년, 자이언 캐년을 하루 만에 돌파하는 초스피드, 광속 여행자라면 하루가 뭐겠는가... 반나절도 가능하다!)


심화학습으로 들어가 가족 여행자의 경우, 모두가 다 제일 비싼 연간회원권을 살 필요는 없다. 엄빠 중 주로 운전하는 사람 한명만 제일 비싼 입장권을 사고 나머지 가족들은 비교적 저렴한 멀티 데이 입장권을 사면 어쨌든 차 한대로 들어가는 거니까 주차비가 무료인 건 매한가지. 하지만 멀티데이 티켓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여기도 장사하는 사람 마음대로. 쳇.


 표를 사는 시기도 중요한데, 계획적인 여행자라면 이런 유명한 목적지는 일단 무조건 블랙 프라이데이, 줄여서 블프 특가를 확인하는 걸 권한다. 레고랜드도 씨월드도 디스커버리 코브도 가격 할인이 어마어마해서 일단 이런 특가를 보고 나면 다른 시기에 제값 주고 입장권 구매하는 것이 아깝기 때문이다. 블프 관련 용어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와 관련이 있었던 건 사이버 먼데이 딜이었다. 무려 50% 할인. 나는 아쉽게도 시기가 안 맞아서 시도조차 못했는데, 선착순 판매이고 인터넷이 먹통 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 경우 전화도 걸어야 하고... 여하간 피터진다카더라. 하지만 우리가 누구? 달에는 아직 못 갔어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스피드와 광클 실력을 지닌 한국인 아닌가. 그 저력을 발휘하면 사이버 먼데이 특가도 쉽게 쟁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침 다음 주니까 머지않았네.


사실 이걸 알게 된 데엔 사연이 있다. 때는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여행자 시절. 우리는 무턱대고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를 가서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비 고스란히 내고, 셔틀 모양 무인 발권기 앞에 서서 무슨 표를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 곁으로 다가온 나이 지긋하신 미국 여성분이 '너희 표 살거니? 살 거면 우리 꺼 싸게 사지 않을래?' 하며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을 내미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저만치에서 이 모습을 큰 기대 없이 지켜보는 할아버지 한분. (할머니의 블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할아버지~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판매~)


 뭐지, 신종 사기인가. 근데 사기꾼 치고는 굉장히 순박해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신데?


 알고 보니 이분들은 올랜도 사시는 은퇴한 부부로, 타지에서 놀러 오기로 한 손자와 딸에게 우주센터를 보여주기 위해 사이버 먼데이 때 전화까지 수차례 걸어가며 어렵게 표 4장을 반값에 사셨는데, 하필 손자가 그날 아파서 표를 쓰지 못하게 된 분들이셨다. 값이 싼 대신 날짜가 콕 박혀있고 환불도 안 되는 터라 그냥 표를 날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반의 반 값이라도 받고 팔아보자, 이런 심정으로 매표소 앞에 나와 계셨던 거다.


초짜인 우리는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왕좌왕, 의심 많고 FM인 낭군님은 저런 데 혹 하지 말고 그냥 제값 주고 들어가자 하고, 모험심 강한 나는 싸게 들어갈 수 있고 어르신들도 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데 한번 도전해보자 하고... 결국 지갑 속 현금 상황을 확인한 후, 우리가 출입문을 무사히 통과하면 바로 돈을 드리는 조건으로 거래 성사! 남편의 의심이 무색하도록 입장엔 아무 문제가 없었고, 돈을 아낀 우리와 표를 버리지 않게 된 부부 여명의 눈동자 주인공들처럼 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 감사인사와 덕담을 나누며 헤어졌다고 한다. 이게 웬 횡재냐.


 하지만 이렇게 귀인을 만나 싸게 입장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보다는 이왕 가는 거, 꼼꼼하게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저렴한 시기에 미리 연간 회원권을 구매 해서 마음 편하게 입장하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우주 탐험가의 자세로. 근데 뭐 그냥 낼 거 다 내고 입장해도 아깝지는 않다. 오히려 이렇게 멋진 공간을 이 가격에 봐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 수 있으니까. 돈 그까이꺼 가치있게 쓰려고 버는 거지. 선택은 본인의 몫!


 입장 하기까지 사설이 참 길었다. 이제, 미국인도 아닌데 미국 뽕이 차오르는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로 진입했다. 우주가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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