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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교주 Feb 27. 2023

10년 후, 나에게 줄 수 있는 것.

신체연금

결혼하고 배려가 깊은 남편의 도움으로 요즘 건강과 망가진 신체의 구석구석을 재정비하고 있다.

결혼 2주전 어금니가 깨지면서 어쩔 수 없이 시작된 병원 투어이긴 했지만 나이도 있고 둘다 아이를 원하다 보니 이 신체나이에 갓난아이를 뱃속에 품고 팔에 어르고 들쳐메고? 다니기엔 정기점검과 기능테스트와 기름칠이 누가봐도 꼭 필요했다.


3개월간의 치과 대장정.. 3개월 만큼의 비용도 들었지만, ^^

이제 그 좋아하는 깍두기도 오도독 오도록 맘 껏 씹을 수 있게 되었다.


오래 전, 학창시절부터 나는 허리가 좋지 못했는데 당시엔 당연 공부는 안해도 반강제로 야간자율학습이며 기본 학습시간이 있다보니 으레 이정도는 아프거나 나의 자세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너무 뻐근해 눈물을 머금으면 엄마가 주물러 주기도 했었는데 젊다는건 그냥 그럴 수 있는 일이 대수였다.

3년전 직장을 옮기기 전 시간이 될때 한번 가보자 싶어 찾은 정형외과에서 허리 엑스레이를 실컷 찍어보니

나이가 30대 후반인데 허리는 70대 할머니라고 했다.

치료시기를 놓혀 디스크가 터졌다 자연치유 되었다 반복하였고 정확한건  mri진단을 해야하지만 엑스레이로 이정도 진단이 될 정도면 꽤 아프고 힘들었을건데 어떻게 참아왔냐고 하셨었더랬다...


시간을 거슬러 7살때 엄마와 교회가던길에 택시에 치여 병원에가 부러진 정강이를 맞춘적이 있었는데

언제 잘못된건진 몰라도 오른쪽 새끼 발가락이 성장을 멈추고 신경이 마비되 감각이 없다.

때문에 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발에서부터 밸런스가 맞지 않으니 몸의 균형이 틀어지고. 자연스레 세월의 무게가 디스크에 영향을 준게 아닌가라는 짐작을 할 뿐이다.


어쨋든 이제 회사로 부터 자유로우니 정형외과를 꾸준히 다니며 소염진통제와 물리치료를 받아봐도,

차도가 없고 더구나 임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언제까지 항생제와 약에 의지할 수는 없었다.

전업주부의 노동은 왜 이렇게 허리에 무리가 가는지 이상하게 통증은 더 해져 갔고 자다가 엉엉 울기까지 해버리니 남편도 어지간히 당황스러울까...

의사선생님과 상의끝에 신경차단술을 받아보기로했다.

스테로이드에 대한 의견과 연구결과는 다 제가각이지만 나는 지금 내가 살아야겠기에...부작용이고 뭐고.. 비수술이고 뭐고.. 나에겐 그게 지푸라기였다.

워낙 아픈것도 잘 참고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대수롭지않게 허리를 드러내고 엎드린자세로 주사를 기다리던 나는....

아.... 33년전.. 7살...의 그날로 돌아가는 타임루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실제 스테로이드 맞으면서 빙글빙글 돌면 안됨..정신상태가 혼미했다는 뜻) @@

약물이 신경을 타고 들어갈때는 디스크가 눌려있던 왼쪽다리에 엄청난 경련과 함께 병원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는 통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3주 간격으로 두번의 신경차단술을 처치 받았다...

(의사선생님이 보통 내 나이 또래는 주사 한번 맞으면 1,2년 뒤에 오는데 나는 자꾸 온다며... )

두번째 신경차단술 15시간 같은 15분의 시술이 끝나고 집에 와 누워있는데 그렇게 건강앞에서 내가 무력하고 우울할 수가 없었다.


아직 젊고 이제 막 결혼한 새댁이고. 아기도 기다리고, 이제야 회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던 일들에 집중하며 하나씩 하나씩 다듬에 보고 있었는데 그동안 나를 왜 돌보지 못했는지.

내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은 "나도 아파~" , "디스크~ 현대인들 다 있어~", "젊어서 금방 나을거야~"

괜히 대수롭지 않게들 해준 말들을 곱씹으며 원망하고 이렇게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나는 내 스스로를 왜 병원가는것도 눈치주는 회사를 다니며 버텼고, 주말에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 병원가볼걸 잠을 택한 내 스스로를 미워도 해봤다.


괜시리 10년전의 나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아플때 스스로를 돌아볼 걸, 힘들때 스스로를 위로해 줄걸.

늙어보질 않았으니 아플 줄 모르고 하나씩 고장날 줄 몰랐던 거지만 마음의 소리만 들으며 다짐하고 각오만 해왔지 건강과 신체에 대해서는 참 무뎠고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매우 후회스러웠다.


주사치료가 끝나고 물리치료실에서 전자파 치료를 받으며 꿈실거리는 허리를 느끼며...

그래도 다행히 10년후의 나에게는 지금부터 잘 돌봐 더 망가진 몸을 주지 않기로 약속할 수 있었다.

50살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그때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돌봐주어 다행이라고.

노령연금 아니고, 국민연금 아니고, 신체연금을 주자고... ㅎㅎ

10년후 나에게 위로를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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