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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삭정이 Nov 24. 2024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11년 전 가을, 26 임산부였던 는 겁이 났다.

유산기로 조심해야 했던 임신 초기를 지나 주수마다 태아가 받아야  할 각종 검사를 무사히 치러낸 즈음이었고, 아이의 성별이 정해진 때였다.

이제 태동으로 아이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제법 임산부 티도 나서 내 정체성이 완전히 임산부로 전환되었던 때.

아직 "엄마"라는 단어는 조금 어색하던 시기.

더럭 겁이 났다.

임신 호르몬으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이제 곧 내 삶의 대부분이 될 이 아이와 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교육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주변에서 아기를 많이 봤던 것도 아니어서 많은 것들이 미숙할 내 스스로가 겁났다. 

그런 점이 아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아기 마음을 읽을 줄 몰라 허둥지둥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뭐든 활자로 공부하고 현실에 적용하며 살아온 인생이라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부모되기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어봤지만, 이렇게 모르겠는 영역도 처음이라 걱정은 더 커졌다.


그 무렵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한 것들 속에서 내 가치관과 맞는 부분들을 찾아 수시로 다짐하는 것밖에 없었다. 어설픈 투성이인 엄마일 테지만, 그래도 꼭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모토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자



예비 부모의 결심은 이랬다.

(정확히는 나의 결심을 남편에겐 강요? 종용? 한 것이지만, 남편은 대체로 나의 의견을 따라주는 사람이므로 좋은 아빠 되기에 동참해줄 것이라 믿었다)


-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많이 안아주고, 엄마아빠가 너만을 위하고 보호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자.

- 아이에게 돈이 아닌 시간을 투자하자. '어떻게 하면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자.

- 실패하지 않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일찍부터 온갖 교육을 강요하지 말자.

- 자연으로 데리고 나가자. 몸으로 놀자. 사람과 부대끼며 놀자.

-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자.

- 아이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봐주자.

- 기다릴 줄 아는 엄마가 되자. 엄마의 불안과 초조, 재촉은 아이를 불안하게 함을 알자.

- 아이에게 말할 때는 긍정적인 말로, 긍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자.

- 언행일치, 일관성 있는 부모가 되자.

- 아이의 작은 실수에 언성을 높이지 말자.

- 엄마, 아빠가 먼저 웃으면 아이는 행복함을 잊지 말자.


이런 마음으로 아이의 유년기를 보낼 수 있다면, 아이도 우리도 행복하지 않을까 싶었다. 신나게 웃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의 인생은 그래도 덜 팍팍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 부모 자식 관계로 같은 편이 되었으니 으쌰으쌰 사이좋게 지내보자고 동동동 태동 중인 아이에게 수시로 되내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노력하는 부모가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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