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란 무엇인가
나한테 답이 없을 때
능력도 모자라고 수완도 없을 때
이대로 쭉 가도 잘할 것 같진 않을 때
옆 사람도 벅차 보이는데 나 때매 쉬자는 말도 못 꺼낼 때
식탁에 앉아 밥 먹기는커녕 침대에 누워 잠잘 생각조차 못 할 때
씻지도 못하고 뛰어나가면서 나만 이 모양인 것 같을 때
이런 나를 모두가 곧 알아챌 것 같을 때
나라도 날 위해 뭘 해야지 싶을 때
매점에서
지하철역 입구에서
교문 앞에서
편의점에서
잠깐 멈춰서
김밥 한 줄 쥐고
내가 나에게, 밥 먹자, 한다.
온갖 게 다 들었네
이렇게 좋은 걸 먹다니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은 마칠 수 있겠지
뭐라도 해봐야지
김밥을 먹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