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교회되게!

- 일요일에는, 소풍 가듯 교회에 간다

by Cha향기

일요일, 즉 주일이 되면 나는 일상 중에서 가장 행복해진다. 소풍 가듯 교회에 간다. 교회에 가는 길에 먼저 아들을 보러 간다.


세컨드 하우스에서 커피와 간단한 간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아들이 기거하는 아파트로 향한다. 아들은 말을 할 수 없지만 분명히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들은 엄마의 사랑을 믿고 있으리라.


아들이 사고를 당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늘 아들은 눈에 밟히고 보고 싶다. 아들은 눈앞에 있어도 그리웠다. 그래서 아들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은 빨라진다. 그 아파트에 도착하면 간병 용품 중에서 리필할 것이 있는지 먼저 챙겨본다. 간병 물품은 부지기수다. 그래서 날이면 날마다 새로 사야 하는 것이 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스마트폰 앱을 통하여 구매를 한다. 그런 후에는, 격일에 한 번씩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아들의 뱃줄에 드레싱을 하고 목관 튜브를 교체해주는 일이다. 루틴이 되어 버린 일상이다.


"잠시 후에 화상으로 만나서 함께 예배드리자."

알아듣는다고 믿고 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아파트를 나온다.

시내버스로 서너 정거장을 가면 교회에 도착한다. 교회 간판이 보이는 데서부터 벌써 힘이 난다. 교회에 당도하면 하나님과 독대하여 기도를 시작한다. 한 주간 동안 함께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주일 예배에 은혜 내려주실 것과 성도들을 위해 기도한다. 이어서 화상을 통하여 몇몇 성도들이 인사하며 입장한다. 몇 안 되는 성도들이지만 약속처럼 예배시간에 맞추어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강단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을 듣고 삶의 원동력을 얻고 있다. 매스컴을 통하면, 특강도 많이 들을 수 있고 대형교회의 목사님들이 큰 소리로 설교를 하지만 내 마음에 요동이 없었다. 아들의 일로 마음이 더욱 굳어서일까?


시간이 되면 현장과 화상으로 입장한 성도들이 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린다.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지 않는 대신에 목사의 입술을 통하여 메시지를 선포해 주시는 게 분명하다. 설교를 들을 때마다 주의 세미한 음성이 들린다. 설교를 통하여 새 힘을 얻고 한 주간을 견디며 이겨나가고 있다. 예배 후에, 온·오프 라인으로 서로 교제를 한다. 한 주간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나눔의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이 끝나면, 인근 식당으로 옮겨가서 식사를 한다. 애찬의 시간이다. 식사가 끝나면 카페로 이동한다. 웃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귀가하면, 녹화된 예배 영상을 지인에게 전송한다. 남편은 곧바로 자신의 예배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당일의 설교를 점검하고 다음 주일을 위한 말씀 준비를 시작한다. 해가 뉘엿해지면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나간다. 이렇게 보내는 주일은 참 행복하다. 마치 천국 생활의 예행연습을 하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작은 규모의 교회, 바람 앞의 등불 같아 보이는 교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가 오늘까지 든든히 서 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교회를 교회 되게 했던 것들이 있었다.

1. 하나님

하나님이 공직에 있는 한 사람을 부르시어 귀한 교회를 맡기셨다. 심약했던 기드온처럼 주저하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자를 붙잡고 여기까지 인도하셨다. 교회를 교회 되게 하시려고...

14. 여호와께서 그를 향하여 이르시되 너는 가서 이 너의 힘으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내가 너를 보낸 것이 아니냐 하시니라 15. 그러나 기드온이 그에게 대답하되 오 주여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리이까 보소서 나의 집은 므낫세 중에 극히 약하고 나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 장 작은 자니이다 하니 16.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 네가 미디안 사람 치기를 한 사람을 치듯 하리라 하시니라 17. 기드온이 그에게 대답하되 만일 내가 주께 은혜를 얻었사오면 나와 말씀하신 이가 주되시는 표징을 내게 보이소서(사사기 6장)


조직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미자립 교회이지만 하나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였으니 하나님이 늘 함께 하셨다.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태복음)

2. 목사

목사인 남편은 설교 준비를 위하여 자신의 시간을 대부분 다 보내는 듯하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부족하니까 준비를 많이 하는 거지"

주일 오후부터 다음 주일 설교 준비에 들어간다. 설교 원고가 완성되면 수없이 그 원고를 숙지한다. 그런 다음에는 혼자서 리허설도 여러 번 한다. 그렇게 하고 나야 실제 설교 시간에 쉬운 모양이다. 한 구절만 발췌하여 제목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전체에서 맥락을 찾고 그런 다음에 본문의 정확한 내용을 꼼꼼하게 펼쳐 보여주니 성경이 잘 이해된다.


나는 남편의 설교를 무공해 설교라고 말하곤 한다. MSG가 전혀 없다. 그래서 말씀을 듣고 나면 맘 속이 편하다.(이건 사모의 생각이지 목사는 뭐 그러냐고 하면서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친다. ISFP 유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재미있고 멋있는 설교를 하고 싶은 유혹이 어찌 없었겠는가? 사람들은 우선, '축복을 받는다, 자녀가 잘 된다'라는 설교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다. 남편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 환란이 있을 때나 평안할 때나 늘 하나님의 대언자로 묵묵히 강단을 지켜오는 그 저력이 바로 교회의 기둥이었다.

3. 성도

성도들은 늘 말이 없었다. 성도들은 목사와 동행했다.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언젠가 교회 수련회를 갔을 때, 보드 게임을 하면서 주어진 질문에 대답을 하는 프로그램 진행 중에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번 섬기기로 한 교회이니 교회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 교회에 대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다. 목사를 닮은 성도들이다.

* 함께 해준 S교회

S교회는 우리가 속한 노회의 모체 교회인 셈이다. 처음 개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264개월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교 헌금을 보내왔다.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이웃의 미자립교회들에게 그렇게 해오고 있는 교회다. 지난해 겨울에는, 그 교회 당회장 목사님이 직접 미자립 교회 목회자 가정을 돌아보셨다. 헌금만 보내는 것보다는 직접 목회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연말에 찾아오셨다. 석모도 섬 쌀 몇 포대를 직접 들고 오셨다. 그런 섬김이 있었기에 교회는 오늘까지 서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 예배 영상의 말씀을 나누는 한 사람

온라인 화상 예배를 드리면서부터 녹화를 하기 시작했다. 사정상 정한 시간에 함께 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한 지인이 매주 녹화된 그 말씀을 듣기 원했다. 약 2년간, 자신이 깨달은 은혜를 리뷰해서 보내오고 있다. 주일 강단에서 들었던 말씀 못지않게 그 지인의 리뷰 문자도 큰 은혜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나눔을 하니 참 힘이 되었다. 주옥같은 그 문자들을 한 폴더에 모아서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리뷰를 통하여 주님이 '교회를 교회 되게 하고 있다'라고 칭찬하는 듯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 리뷰를 사모하고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인이 매주 보내오는 설교 말씀 영상 리뷰]




이 교회를 생각하면 모터가 약해서 마치 세발자전거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앙증맞은 그 세발자전거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쉽사리 넘어지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조용히 자기 페이스대로 갈 길을 간다.



교회는 부르심을 입은 자들의 모임이다. 큰 건물은 교회라기보다는 예배당이다. 주님이 이 넓은 세상에서 주님에 마음에 합한, 교회다운 교회를 찾는다면 과연 몇 개나 있을 런지?


[계속]

[사진: 픽사베이]


* 무공해 설교는 매주일 녹화 기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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