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숙객을 우습게 본 호텔을 고발합니다
다시 그곳에 가보고 느낀 점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려고 들리는 카페인데,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서 <인간? 시장>에 온 느낌이었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은 갈 만한 곳이 못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도에서 인천대교를 통하여 영종도로 들어갔다. 사위가, 인천대교에 가본 적이 없어서 굳이 영종대교를 놔두고 그 노선으로 일정을 짰다. 함께 20km가 넘는 긴 다리 위를 달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천에 살면서도 호텔을 예약하여, 영종도에서 1박 하는 이유는, 여행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씨메르가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의 숙박비는 50~60만 원 정도였다. 2개를 예약하면, 숙박비만 100만 원을 호가 하니, 그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근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몇 개의 호텔을 살펴보았다. 객실 한 개당 13~14만 원 정도면 괜찮은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우리 부부는 늘 트윈베드가 있는 객실을 예약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잘 때 예민하여, 남편이 몸부림을 치면 잠을 제대로 못 잔다. 게다가 코를 고는 남편 옆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이튿날 일상생활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트윈베드를 갖춘 호텔이 많지 않았다. 트윈베드가 있는 호텔을 찾았다. 호텔 소개 글을 보니 괜찮았고 씨메르와도 멀지 않았다.
그래서 예약한 것이, A호텔이었다. 오션뷰에, 건물이 말쑥하고 멋져서 그냥저냥 1박 하려고 갔었다. 호텔 문을 열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바로 앞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첨이네, 이렇게 좋은 뷰에서 머물러 보기는..."
- 그러네. 담에도 이 호텔로 오면 되겠다.
우리는 들뜬 기분으로 짐을 정리한 후에, 호텔을 나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타켓 헌터'도 했다. 마지막 코스로 루프탑 카페에 들렀다. 그동안 밀린 얘기를 오래도록 나누었다. 당장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날의 여유는 때로 참 좋다.
호텔로 돌아와서 얌전히 정리된 이불을 들추어 본 나는, "으악!" 하고 고함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침대 매트 밑받침이 흉물스럽게 낡아 있었다. 가방이나 구두가 오래되면 낡아서 가죽이 떨어지는 현상과 같았다.
욕실에 씻으러 들어갔더니 세면기 밑 하부장이 습기에 젖어서 이것 또한 흉물스러웠다. 게다가 아주 멋지게 리모델링된 샤워실의 샤워기 노즐이 20cm 정도 까져 있었다. 일단 -3점이다. 미세한 것이 신경을 안 쓰고 우선 겉만 번지르하게 관리하는 호텔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너무 나빴다. 투숙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은 호텔 측의 처사가 괘씸했다. 맘만 먹으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며, 날마다 침대 시트를 가는 사람이 분명히 알았을 텐데 묵인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화장실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았는가? 성경에 '회칠한 무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다. 아마도 저것을 본 사람들은, 두 번 다시는 저 호텔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잠을 잘 잤지만 내내 온몸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내 브런치에 '라이킷'을 꼭 눌러 주시는 작가, '야초튠'의 글을 보면, 호텔리어들과 호텔 관리자들이 손님들의 심사를 존중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 장면이 잘 그려져 있다.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투숙객들의 반응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물론 가상으로 설정한 글이지만 현실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호텔은 -3점이지만, 평점 별을 누르라고 한다면, 별 하나도 아깝다.
[로비 입구는 깜쪽같이 멋지다/ 침대 매트 밑받침 / 세면대 하부장]
https://brunch.co.kr/@yachotoon/36
호텔에서 기분이 나빴지만, 이튿날 일정이, '씨메르'에 가는 것이라 다행이었다. 온몸을 온종일 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씨메르에 입장하여, 최대 6 시간 동안 수영장과 찜질방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해외여행이 엄두가 안 나는 경우에, 하루쯤 가족 단위로 다녀오면 참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다.
https://www.p-city.com/front/cimer/overview?language=KO
홈페이지를 둘러보았을 때보다 직접 체험하니 훨씬 좋았다. 시설이나 건물 디자인 등이 이국풍이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씨메르에서 시간을 다 보낸 후에, 파라다이스 시티의 곳곳을 챙겨본다면 아마 하루로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마치 홍콩에 온 것 같아."
나는 몇 번이고 저 말을 되뇌었다.
[메인 사진: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