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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Feb 20. 2022

N개의 일을 하면서도~

-  축구를 좋아하며 팬카페 가입도 했습니다.

    몇 가지의 일을 하며 사시나요? 제가 하는 일은 한둘이 아니라 N개입니다. 여럿을 의미하는 N을 사용하여 ‘N 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제가 하는 N개의 일을 나열해 보면서 잠시 쉬어 볼까 합니다.     


 @ 저는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교사는 학교에서 ‘눈썹을 휘날릴 정도’로 바쁩니다. 물론 방학이나 주말, 그리고 휴일이 있긴 하지만, 교재 연구와 시험 문항 개발, 성적 처리, 맡은 업무 등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엄연한 직장입니다.     


 @ 저는 교회 담임 목사의 사모입니다.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는 일 외에는 교회 일에 목사님과 함께 동역하며 일합니다. 성도들을 섬기고 챙기는 일을 합니다. 미자립교회이긴 하지만 잔손 가는 일이 참 많습니다.    


 @ 저는 7남매 장손 맏며느리입니다. 지금은 시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아들이 투병 중이라서 시댁 일에 분주하지는 않습니다. 신혼 때는 손아래 시누이랑 살았고 한 때는 대학생인 시동생 두 명의 식사를 챙기며 산 적이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시동생이 우리 집에서 함께 기거한 적도 있습니다. 명절에는 친정 쪽으로는 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다 모이면 33명이나 되는 시댁 식구들과 지내다 보면 명절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 저는 로비스트 혹은 중개사입니다. 선교사로 A국에서 지내는 친정 남동생이 물질적으로 어려울 때면, 비교적 형편이 괜찮은 여동생에게 말을 잘 전해서 후원금을 챙겨 보내는 일을 해왔습니다. 제가 중간에서 그런 일을 하면 후원을 하는 자나 받는 자가 상호 맘이 편한 것 같았습니다. 친정 단톡방에 가입하지 않고 지내는 동생들이 있기도 하여 이쪽저쪽으로 소식을 옮겨 보내고 고민을 들어주고 의견을 보태주면서 스스로를 '어중간이'라 별명을 붙여두었습니다.


 @ 저는 동화작가로서 2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지금은 브런치 작가가 되어 틈나는 대로 일상을 정리하여 글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 등단 일주일 만에 35명의 구독자가 생겼고 11편의 글이 발행되었으며 조회 수가 1,500회나 됩니다.     

출간한 동화책 2권

 @ 저는 10년간 아들을 병간호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자전거 사고로 뇌수술을 한 아들은 10년이 되어도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의식이 없으니 ‘엄마’라는 그 한마디를 아들에게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활동 보호사들이 식사 피딩이나 소변 갈아 주기, 전동 자전거 태우기, 경사 침대 태우기 등을 주무적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전문적인 일이 꽤 많습니다.  


  - 미용사

    아들은 6년간은 병원에서 지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집으로 돌아와서 활동 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의식 없는 와상 환자들을 이발시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목관 삽입이 되어 있는 중환자를 이발한 후에 머리카락을 처리하는 일은 매우 섬세하고 꼼꼼해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휠체어로 화장실에 가서 이발을 하곤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어우동 모자를 닮은 커트 보를 사용하거나 머리 감는 도구를 이용해 보기도 했으나 그 모든 것은 번거로움이 컸습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강아지용 ‘댕댕이 바리깡’이란 것을 이용합니다. 머리카락이 청소기처럼 흡입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자의 이마에 필름을 부착하고 목관은 거즈로 덮습니다.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니 남편은 이발하러 가는 것이 부담이 되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내 앞에 머리를 내밉니다. 아무도 내가 남편을 이발해준 줄을 모릅니다. 저의 이발 경력이 10년이나 되니 감쪽같은가 봅니다. 흰머리가 뾰족뾰족 올라오는 저도, 코로나가 염려되어 미용실에 가서 염색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염색 도구를 갖추고 집에서 셀프 뿌리 염색을 합니다.

병원에서 이발하는 모습

   - 미싱사

    중환자를 병간호하다 보면  이것저것 만들 것이 참 많습니다. 전동 재봉틀을 사서 틈나는 대로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만듭니다. ‘하루도 바느질하지 않고 지나가면 내 손에 가시가 돋는다’라며, 저는 아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 바느질합니다. 제가 바느질한 실의 길이는 아마도 지구 한 바퀴는 돌듯합니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환자에게 딱 맞는 베개를 다양하게 만들고 광목 원단을 사서 깔개 커버를 만들었습니다. 환자복을 입히고 벗기기 편하게 팔을 뜯어서 제작한 후에 단추를 달았습니다. 환자를 휠체어 태울 때 사타구니에 끼우는 샅바는 태권도 띠를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10년째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샅바는 어찌나 편리한지 한 사람 몫을 대신하는 정도입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들다 보니 언제나 바느질할 게 많습니다.   

  

 - 침상 목욕사

    환자의 정도에 따라서 목욕시키는 방식이 다를 것입니다. 아들은 전신 마비이므로 침상에서 방수포를 깔고 비누칠을 하여 닦아내는 ‘침상 목욕’을 시킵니다.  ‘목욕 봉사’라는 게 있지만 위루줄이 시술되어 있고 목관이 삽입되어있는 환자라서 아무나 목욕을 시킬 수 없습니다. 제가 목욕을 전반적으로 주도하고 남편은 물을 떠다 나르고 씻은 물을 내다 버립니다.  목욕은 활동 보조사와 함께 합니다. 목욕이 끝나고 나면 세 사람은 땀범벅이 됩니다.


  - 간호사

   목관 튜브를 갈아주고 위루줄이 시술된 부분에 드레싱을 해주는 일은 간호사들의 전문 영역입니다. 집에서 병간호하니 제가 그것을 합니다. 철저한 위생이 필수입니다. 거즈, 면봉, 핀셋 등을 멸균으로 잘 간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체한 목관 튜브는 과산화수소수에 한동안 담갔다가 씻어서 메디 록스에 5분간 살균한 후에 식염수로 헹굽니다. 그것을 건조한 후에 UV 살균기에 보관합니다. 이런 일련의 순서를 소홀이 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중요한 일입니다.  환자 한 사람한테 필요한 의료 용품이 너무나 많습니다.


  - 치위생사

   와상 환자가 충치가 생기면 일이 몹시 심각합니다. 주기적으로 입안을 양치하고 이를 닦아야 합니다. 의식이 없으니 이를 닦으려고 할 때 입을 벌려 줄 리가 만무합니다 자극으로 입을 살살 벌리도록 한 후에 석션 칫솔로 이 닦아주지만,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는 입안과 잇몸은 약할 대로 약해져 있습니다. 환자와 고도의 호흡을 맞추어서 입 세척을 해내야 합니다.


  - 렌즈 교체 전문가

   중환자들은 눈을 자주 깜빡거리지 않기 때문인지 눈곱이 각막에 말라붙으면 각막이 상하기 때문에 의료용 렌즈를 착용합니다. 그것을 교체해줄 때는 환자가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 눈을 꾹 감아 버립니다. 렌즈를 넣는 사람, 고개를 붙드는 사람, 눈을 크게 벌리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 눈을 아주 크게 벌려주는 전문인입니다. 세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렌즈 삽입은 실패를 하고 환자는 고통스러워합니다.  서너 번씩 다시 시도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환자나 우리는 진땀을 흘립니다.    

      

   - 배변 도우미

벽에 부착해둔 일정표와 매뉴얼

   본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환자의 배변 처리를 하는 것은 깔끔하게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활동 보호사들도 이 일은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벽에다 배변 처리하는 순서 매뉴얼을 꼼꼼하게   

 13단계로 적어두었습니다. 혹시 제가 없을 때 그 일을 만나면 당황하지 않고 처리하기를 원해서입니다.  


    - 교회, 가정, 간병 용품  리필사

   늘 체크하고 돌아보아 떨어진 생활용품이나 필요한 의료용품을 잘 구매해두어야 합니다. 어떤 때는 동시에 여러 가지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체크하여 리필을 잘해두어야 합니다. 그런 저를 '리필의 여왕'이라고 부릅니다.

 

@ 저는 엄마이자 장모입니다. 전문 개발자인 딸과 백년손님이라는 박사 사위가 오는 날이면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어집니다. 열 일을 제쳐두고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들이 그리운 것은 집밥일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우리 부부조차 제대로 잘 차려먹지 못하고 있지만 딸과 사위에게는 집밥을 차려주고 싶습니다. 씨암탉은 못 잡아도 문어숙회, 장어구이, 한우 갈비 등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설거지도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팬카페 회원입니다. 대놓고 잘난 사람을 사랑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아서 팬이라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솔로몬이라는 가수 때문에 잠재워둔 글을 쓰기 시작한 저는 그의 팬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니 도파민이 솟아나서 행복합니다. 그 카페에 ‘마실 간다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마실 간다네(팬레터)     

 대부분 알고 있을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를 나는 참 좋아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하 중략)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면서 내 로망은, 카페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밤늦도록 수다를 떠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2년간 카페에 가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외식해본 적이 없다. 혹시 외식할 일이 생기면 포장을 해서 식당 앞 주차장 차 속에서 꾸역꾸역 한 끼를 때우곤 했다. 커피는 거저 집안에서 핸드 드립 하거나 배달앱을 통하여 시켜서 마셨다. 남달리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것은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 보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농촌의 겨울은 밤마다 모여서 놀며 긴 밤을 보냈다. '마실 간다'라고 했다. 앞니가 몽땅 빠진 몰터 할머니는 석유 등잔을 들고 옥천 할머니는 호야 불을 들고 나대실 할머니 댁으로 모여들었다. 마을 아낙네들은 군불 잘 지핀 나대실 할머니 댁의 방에 둘러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깔깔거리며 웃곤 하셨다.

        이 시대는 '랜선 마실'이 답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솔로몬님의 팬덤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 시대에 우울했던 맘이 훌훌 날아가고 있다.

        이 솔로몬은 훤칠한 키에 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다. 중저음으로 All of me, 호랑나비, 집시 여인 등을 부르는 걸 보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진다. 어린 유하랑 꽁냥꽁냥 하는 것을 지켜보면 그 인성이 뿜어져 나와서 심장이 쿵쾅거린다.

        특히 내가 이 솔로몬님의 카페에 들리게 된 것은 그의 산문에 반해서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SNS를 통해서 짧게 문장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는 것이 일상이라 깊이 사유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접하게 된 그의 한 편의 산문을 접하고 당장 그의  e-book, 「그 책의 더운 표지가 좋았다」를 구했다.

      솔로몬님의 산문집에는 겪을 만큼 겪은 한 인생의 깊은 고뇌들이 글로 잘 우러나 있고 무엇보다도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 사람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그의 마음들이 잘 녹아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는 사물을 묘사하거나 사진 찍듯이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물의 원초적 존재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그만이 지닐 수 있는 생각과 맘을 글로 표현하는 아주 독창적인 글을 썼다. 그 자신만이 느끼는 깊은 생각들을 삭히고 발효하여 글로 탄생시키고 있었다. 아하, 글은 그런 것이구나. 글쓰기에 대해 늘 궁금했고 그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은 맘을 늘 지니고 있던 내게 그는 큰 스승이었다.

      틈나면 솔로몬님의 카페에 '마실 간다'. 그곳에 있는 우리는 솔로몬을 향한 맘은 한 가지다. 그를 좋아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할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오늘도 나는 몇 번이나 마실 갈 게 뻔하다. 바람이 단단히 났다.


@ 저의 취미는 축구입니다. 저는 축구를 참 좋아합니다. 저의 시댁은 모이면 일명 골목 축구를 합니다, 그중에 누구도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댁 식구와 여행을 다니면, 하루에 몇 번이고 축구를 합니다. 운동장에서 하거나 물속에서도 합니다. 세 명의 손아랫동서들은 처음에는, ‘어머나, 어머나’하면서 공을 무서워했습니다. 장손 맏며느리가 발 벗고 뛰니 동서들은 골키퍼를 하고 공격수도 합니다. 그런 생활에 젖어서 자란 딸은 축구를 좋아하더니 지금은 풋살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 중입니다. '포그바'라는 월클 축구 선수를 좋아하여 ‘먕그바’라고 등판에 새긴 축구복을 입습니다. 때마침 포그바가 내한했을 때, 미리 준비되어 있었던 사람처럼 응모에 선정되었습니다. 포그바와 한 팀이 되어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 팀과 축구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딸이 이제는 저보다 한 수 위입니다. 아줌마 축구가 답답했던지 사위와 함께 저에게 축구 지도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레슨을 잘 기억한 후에, 학교에서 사제동행 축구 대회에서 유일하게 여자로 시합에 참여했습니다.    


 https://youtu.be/77rDKj6d-3E

먕그바

   https://youtu.be/Dckzg0M4baQ

골 때리는 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N개의 일을 해내며 살고 있을 것입니다. N개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두가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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