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외식하고 배달 음식을 시켰다. 반찬 가게에서 밑반찬을 주로 구입했으니 주부로서 양심불량이었다.
몇 걸음만 가면 전통 시장이지 않은가? 나름 시간적 여유도 있다.
슬슬 야채 가게와 과일 가게를 둘러봤다. 그런데 입이 떡 벌어졌다. 채소, 과일 가격이 유사 이래 가장 비싼 듯했다. 도대체 서민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물가가 천정부지다.
조그마한 애호박이 2,500원이었다. 그러면 애호박을 넣은 음식을 파는 가게는 어떻게 장사하나?
제철도 아니면서 겨울 과일의 터줏대감이 된 딸기도 한 자리에서 먹어 치울 정도인데도 10,000원이 넘었다. 사과 가격이 비싼 것은 지난해 겨울에 이미 실감했다. 한 상자 최소 십만 원이었다.
막상 시장에 나가 보고 물가 상승을 실감했다. 오이도 손가락 만한것이 1,000원이었다.
파프리카는 '한 개 2,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걸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5개에 2,000원에 사곤 했는데...
구정 명절을 앞두고 채소값, 과일 값이 고공행진할 것 같다.
이것저것 가격표를 봐 가며 캐리어에 담았다. 그렇게 가격을 살펴보며 장을 보던 내가 아니었다. 물가가 해도 해도 너무 하니 자꾸만 그렇게 하게 됐다.
그런데 알배추가 눈에 띄었다. 한 소쿠리 가득인데 달랑 2,000원이었다. 얏호!
다른 것에 비해 알배추 값은 착했다.
겨울 끄트머리에 무슨 요리를 해도입맛이 돋을 것 같았다. 알배추를 보기만 해도 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알배추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처럼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알배추를 보는 순간, 막내 올케가 한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독일에 알배추 된장국 한 들통 끓여놓고 왔어요."
독일에서 8년째 선교사로 지내는 막내 올케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독일에서도 알배추국은 할 만한 요리인가 보다. 남편만 두고 오자니 맘에 걸려 올케는 알배추국을 끓여 놓고 온 모양이었다. 혹시 독일, 그곳도 다른 야채나 과일에 비해 알배추 값이 착한가?
"제일 만만해요. 된장 풀고 알배추만 듬성듬성 잘라서 끓이면 그냥 맛있어요."라고 올케가 말했다.
"그런가?" 라며 나는 귀를 쫑긋했었다.
여태껏 알배추를 쳐다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야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보니 착한 가격인 알배추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알배추를 샀다. 국거리용 한우도 샀다. 나름 계획이 있었다.
먼저 알배추를 송송 채 썰었다. 양념 게장을 먹고 남겨둔 양념에 버무리니 즉석 겉절이가 됐다. 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웠다.
[알배추 겉절이]
[알배추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듬성듬성 잘라 둔 알배추]
겉절이를 하고 남은 것으로 알배추 된장국을 끓였다. 한우를 달달 볶다가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고 끓였다. 미리 씻어서 듬성듬성 잘라 둔 알배추를 넣었다. 다진 마늘 한 꼬집 넣고 다시 한번 후루룩 끓였다. 간을 맞추니 알배추 된장국이 완성됐다. 담백하고 감칠맛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