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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May 21. 2022

뉴질랜드에 가보고 싶은 이유

-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

  딸이 대학 2학년 때 휴학을 하겠다고 했다. 요즘은 대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지만 그때만 해도 그 얘기를 전해 듣는 부모에게는 충격이었다. 곁눈질하지 않고 학업을 끝내고 좋은 곳에 취업을 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여겼. 그런 후에 평생 반려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인생 살아가기 바라고 있었던 때다.

  그즈음에 한 지인에게 뉴질랜드 'AEC(Auckland Edinburgh College)'라는 곳에서 진행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CBS 홈페이지에서 그 연수에 대한 안내를 잘 숙지한 후에 절차를 밟아서 AEC에 합격한 딸은 뉴질랜드로 떠났다. 2008년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딸을 먼 이국땅에 보내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딸의 미니 홈피, <싸이월드>에 들어가서 딸 일상을 챙겨보며 지냈었다. 

  한편, 아들은 중학교 때까지는 게임이나 하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는데 말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졸업 때쯤에는, 엉덩이를 붙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교복 바지가 다 닳아서 삭을 정도였다. 그러나 기초 공사 없이 건물을 짓듯이 아들은 개념 원리적인 부분이 부실했던 것 같다. 아들은 수능에서 원하는 등급을 받지 못했고 지원한 학교 응시에 고배를 마셨다. 참 암담했다.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수능 성적 결과가 나온 , 가족회의가 진지하게 열렸다. 재수를 할지, 실력에 맞는 대학에 입학하여 반수를 할지 등등... 궁리 끝에,


"차라리 누나가 있는 뉴질랜드 가서 어학연수도 하고 재수도 하면 어떨까요?"


라고 아들이 의견을 내놓았다. 6개월 동안 연수를 받는 AEC입학을 했다. 아들은 자신만의 일정을 짜서 '영어 연수와 수능 재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있다고 틈틈이 소식을 보내왔다. 


  뉴질랜드 AIC(Auckland International Church:이은태 목사)는 매년 두 차례, 세계에 있는 어학연수 희망 학생들을 선발하여 기숙사를 제공하고 연수를 진행해오고 있다. 2019년에 40기 학생 모집 광고를 하는 것을 보아 그 역사는 최소 20년은 된 것 같다.


  아들은, 그 수많은 어학 연수자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연수생들이 6개월 동안 머물다가 떠나고 다시 그다음 기수가 들어오니 누가 누구인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 (딸은 AEC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알바를 하면서 약 2년 정도 뉴질랜드에 있었다.) 

  그런데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이은태 목사님은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아들 사고 이후에는, 매 기수가 입소할 때마다 아들의 상황을 알리고 아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하셨다. 매년 두 차례, 특별 기도회를 한 후에 십시일반의 마음을 모아서 아들에게로 후원해 주셨다. 연수를 온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뻔하니, 목사님이 전체 후원금 절반 이상을 보태서 보내오셨다. 긴 병원 생활 동안, 간병인 급여와 병원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럴 때 뉴질랜드에서 보내오는 응원은 큰 힘이었다. 한두 해 정도라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아들의 사고 첫 해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 변함없이 응원해주셨다. (아마도 코로나 극성 때문에 어학 연수자 모집을 하지 않은 듯하다.)   

  목사님은 한국에 오실 때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어 아들의 병상으로 달려오셨다. 나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아직 한 번도 그 목사님을 뵙지는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은 표현할 길이 없다. 한낱 스쳐간 어학 연수생들 중의 한 사람이 당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으셨다. 할 일도 많으실 것 같고 신경 쓸 일도 무척 많으실 게 뻔하다. 그런데도 소자 중 하나인 내 아들에게 사랑을 쏟아주시고 끝까지 동행해주시는 그 듬직하고 우직한 후원은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의 빚이다.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던 말씀이 떠오른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10장 42절]


  기회가 된다면 그 목사님을 꼭 뵙고 싶다. 아니면, 아들이 회복되어 함께 뉴질랜드로 가서 그 AEC도 돌아보고 뉴질랜드 일주도 하고 싶다.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이 믿음이라던가?


http://www.kscoramde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85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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