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안 물어봤을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있다.
언젠가부터 내가 딸에게
안된다고 말하면
'왜 안돼?'
라고 반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요 녀석이 어른이 안된다고 하는데 말대답을 해?'
라고 말하려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 되는 이유를 묻는 것이
정말로 궁금해서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막상 생각해 보니
딸아이 입장에서는 막상 안될 이유가 없지만
여러 상황과 부모의 입장에서 안 되는 거지
딸아이가 납득할만한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딸아이에게 안 되는 이유를 눈높이에 맞춰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더니 그제야
'아~그렇구나'
라며 쿨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딸아이를 보며 그녀의 행동이
참 경우에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된다는 말을 들으면 그 이유를 묻고
이유가 타당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인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부터
안된다는 부정의 이유를 묻거나
말해주지 않고 생량하고 있었다.
언제서부터였을까?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보통
나의 인생에서 '갑' 또는 '권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과 다르게 내가 어릴 적에는
'안돼.'라는 부모 혹은 선생님의
말에 감히 이유를 묻기 어려운 분위기였고
군대에 가서도 선임들에게 안 되는 이유를
감히 묻기는 어려웠다.
직장을 얻고 그 안에서도 안 되는 일에
대한 이유를 묻는 것은 가능은 하지만
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지 나는
'안돼'의 이유를 묻지 않게 되었다.
지금의 와서 생각해 보니 이런 습관이
나의 생각과 사고의 한계를 크게 제한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 것은 그들의 사정이고 이유이지
나는 얼마든지 할 수도 있는 일도 있었을 테고
사실은 그냥 될 수도 있는 일들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열 살 난 딸아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이제부터 누가 나에게 안된다고 말하면
되바라지게 반문할 것이다
'왜 안돼?'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