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 과연 꽃일까요? 독극물 아닐까요?
요즘 신규 브랜드 런칭을 코 앞에 뒀어요. 계획이나 방법론적인 이야기만 회사 내부에서 하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런칭 전 해야 될 일들, 런칭과 동시에 전개되어야 할 것들을 지금 막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협업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요. 내부 팀원들은 물론이고, 회사 내 다른 팀, 아니면 영상 제작부터 마케팅(광고) 대행사 까지.
근데 여기서 가장 시간과 감정 낭비가 심한 건 회사 내부 사람들과의 협업인데요.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회사 내 인간관계 때문이고, 신규 사업을 진행할수록,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수록 가장 의존하는 협업 방법은 '토의' (혹은 토론)인 거 다들 공감하시나요?
'토의'(혹은 토론)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해내는 건, 얼핏 봤을 때 정말 따라하기 쉽고, 누구나 성공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방법인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토의'(혹은 토론)는 민주주의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그리고 과업 내 기둥이 없어질 수 있는 위험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엔 마케터가 흔히 겪는 '토의' 환경, 그리고 제가 주도하는(원하는) '토의' 환경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면서, 지금 여러분들이 하고 계시는 토의가 과연 좋은 방향으로 가는 올바른 방법들만이 오가는 시간인지 한 번 의심해보시길 바래요.
협업이 뭔가요?
우선 협업이 뭔지는 다들 아시죠? 하나의 과업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팀(원) 혹은 외부 사람들과 의견을 모으거나 나는 없고 그분들에겐 전문적인 기술이나 능력을 활용하는 게 협업이죠.
여기서 중요한 문장은 하나의 과업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고, 이를 다시 말하면 하나의 과업이나 목표를 같은 방향으로 똑바로 가기 위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협업은 매출을 만들어내는 마케터뿐만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인 업무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협업의 방법
협업의 방법은 다양하게 있어요. 구글에서 제공하는 스프레드시트부터 에버노트나 노션과 같은 협업툴을 사용하는 것과 초반부에 말씀드린 회의, 토론 , 토의 등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대표적이죠.
이때, Tool은 말 그대로 일을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 즉 회의나 토론, 토의를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이고 제가 바라는 협업은 협업툴을 사용하는 것도 물론 좋으나, 올바른 회의, 토론, 토의를 통해
시간과 감정이 아깝지 않다는 걸 느끼는 거죠.
토론과 토의, 뭘 해야 할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토론은 하나의 주제에 찬성과 반대로 의견을 나눠 '대립하는 과정'이고 토의는 우리 눈앞에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결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인데요
(많은 분들께선 '찬성과 반대가 있냐 없냐'는걸 기준으로 토론인지 토의인지를 말씀하시는데 저는 대립을 하는지, 도출을 해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토론과 토의는 달라진다고 봐요)
제가 원하는 협업의 방식은 토의를 바탕으로 하되, 결정은 문제점을 최초로 마주한 사람이 결정하며, 결정을 못할 시 토론으로 결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 생각해요.
제가 추구하는, 이끌어가는 협업(토의)의 방식
- 규칙 같은 형식적 제약이 없다
- 집단적 사고를 한다
- 답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다
- 타협과 흥정이 있을 수 있다 (없을 수도 있다)
- 논제 외 사항도 다룰 수 있다
- 상대방을 존중하며 상대방의 의견도 좋은 의견이나, 가치가 맞지 않을 경우 반박의 대상 일 뿐이다
흔한 회의 시나리오
저는 홈페이지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중 메인 홈페이지에 문구는 정해져 있지만 사진은 정해져 있지 않고, 기획만 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구 내 단어나 그런것도 의견을 받아 수정하려 합니다.
이때 회의에 참석한 분들 중
A는 홈페이지 내 브랜드 스토리 부분이 총 8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어, 스크롤이 너무 길다
B는 단어를 조금 더 쉽게 바꿨으면 좋겠다 (Ex- 솔루션을 해결방법으로)
C는 PC로 봤을 때 기존 홈페이지 메인에 문구가 좌/우로 번갈아 위치되어져 있는데, 이 문구를 '중앙'으로 통일하면 어떤가?
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의견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때는 이 과업을 리딩 하는 사람으로서의 저보다는 이 문제점에 최초로 마주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데, 제가 결정한 건 아무것도 택하지 않는다 입니다.
이때 사람들이 오해하는 건 A, B, C 님들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저 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생각으로 A, B, C 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아닙니다.
스크롤이 너무 길다는 거는 지극히 주관적인 요인이고, 브랜드 스토리를 클릭하시는 분들을 고려하시면 결코 긴 게 아니라는 가설 (생각)
솔루션을 해결방법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브랜드의 가치가 제품보다는 기술을 제공한다라는 점에서 솔루션이 더 적절하며
문구 위치 통일 관련해서는, 메인 홈페이지를 PC로 보게 되면 가독성은 좌/우로 번갈아 놓는 게 더 좋기 때문
이라는 올바른 방향을 기초로 하는 저의 생각과 논리가 있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에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게 과연 독불장군의 모습일까요? 오히려 협업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요?
문제에 최초로 부딪힌 사람으로서 무조건적인 받아들임이 아닌 받아들일 것만 받아들이고, 마케팅 방향에 벗어나는 점들은 다음 프로젝트에 기약하거나, 좋은 의견을 내줘서 공감을 해주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간단한 이유를 말해주는 것. 이게 과연 협업의 역량이 부족한 걸까요?
협업의 가장 큰 오류 : 민주주의의 꽃 - 다수결
요즘도, 아니 불과 몇 시간 전에도 '회사 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 A보다 B가 더 괜찮다는 의견이 많아요'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이 의견은 일반화의 오류이기도 하면서 표본 오류의 대표적인 문장일 수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브랜드 타겟은 MZ세대 인 반면, 회사 내 동료들은 MZ세대를 낳은 부모님들이거나, MZ세대가 어떤 세대인지도 모르시는 분들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면
브랜드 방향에 도움되는 의견일 까요?
(하지만 어떤 생각, 감정이신지 그분들께 직접 들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 XX가 더 좋대요"라는 문장이 들리신다면 하나를 생각하고 하나를 또 의심해야 합니다
'이 브랜드의 타겟은 누구인가?'
'회사 내 누구한테 물어본 거지?(표본이 누구지)'
이런 생각과 의심이 없다면 민주주의의 꽃인 다수결의 가장 약점인 소수의 의견은 무시될 가능성과
다수결이 이루어지는 상황의 절대성에서 벗어날 수 없고
지금 여러분들이 하고 계시는 마케팅은 하루하루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겁니다
끝내 마지막엔 여러분들에게 그 표본들이 책임을 물을 겁니다
"아니 왜 매출이 안 나와?"
"연봉협상 ~~%,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표본들이 여러분들의 인생을 책임져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질책하기 바쁘죠. 그게 자본주의입니다.
주저리주저리
마케팅과 회의 그리고 협업은 절대 뺄래야 뺄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근데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의견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수결이 최고다 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계십니다.
의견이 많으면 많을수록 양만 많아질 위험이 크며 질은 오히려 도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저희는 초등 중등 고등교육으로 다 배웠지만 정작 사회생활을 하면서 잊어먹게 되는 다수결의 문제점.
다수결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수단, 다수결은 상황의 다양성과 표본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소수 전문가들과 문제에 최초로 마주하게 된 집단들의 의견이 '무시'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래요
여러분들께서 협업을 제안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러분들께서 가장 많이 생각하신 전문가입니다. 적어도 다수들의 의견을 반박할 논리나, 그리고 수용하지 않을 기준점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게 없으시다면 협업이 아니라, '해줘'인 겁니다. 다들 '해줘'하지 말고 협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