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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Aug 05. 2022

우무의 계절

우무를 먹다 쓰다



아빠 입맛을 똑딴 나는 두부와 콩국을 좋아한다. 간이 안 느껴질 정도의 소금만 넣고 먹는다.


동네마다 시장이 있고 시장에는 두부집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두부가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고, 양은 들통에는 비지와 콩국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아빠는 뜨끈뜨끈한 두부며 얼음 동동 콩국이 든 봉지를 뿌듯한 얼굴로 내밀곤 했다. 그릇에 콩국을 쏟으면 우무는 탱탱 얼음은 찰각찰각 헤엄을 쳤다. 숟가락도 필요없이 다섯 식구가 그릇을 돌리며 후루룩 마셨다. 애들 입에는 별맛 아니라서 대부분은 아빠 뱃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시골에서는  많이 말린다. 농촌은 농촌대로, 어촌 산촌은 거기대로 작물이며 수확물을 담벼락에, 길바닥에, 지붕 위에, 빨랫줄에, 멍석 소쿠리 돗자리 모기장에 널어 말린다. 널어 말리고 달아 말리고 꿰고 펼치고 뒤집었다 으며 말린다.


서울촌년은 뭘 많이 모른다. 널린 게 배추인지 무청인지, 고사리인지 취인지, 돔인지 전갱이인지 맨날 물어봐도 맨날 모르겠다. 나물이면 나물인갑다, 생선인갑다, 해초인갑다 한다.


갯거시에 널린 보라색 해초를 봤다. 이런 색은 첨 보네, 예쁘기도 하지. 햇볕에 반짝반짝 몸을 뒤채는 걸 한참 보며 놀았었다. 한참 후에 알았다. 말로만 듣던 우뭇가사리, 그걸로 우무를 만든다는 걸.


파삭파삭한 보라색 풀이 투명 탱탱 우무가 된다니. 대체 연결이 되지 않아 이 사람들이 나를 놀리는 건가 싶기도 했다. 세상은 신비한 일, 모르는 일로 가득차 있구나. 난 참, 인간이란 참 하잘것없는 존재라는 또 한 번의 자각.


우미(우무)의 여정을 알고 나니 씹지 않아도 호로록 넘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젤리들이 더 아꼽다. 아깝고 귀하다. 마트에서 산 우미와 포장 콩국으로 만든 밥상이지만, 막걸리에 김치까지 다 사 온 거지만 고맙게 맛있게 먹었다. 언치냑 이약시(엊저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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