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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Apr 26. 2024

은행나무의 색

봄 나무를 보다 쓰다



나무엔 기둥과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있다. 기둥과 가지만 있는 겨울 나무는 갈색이거나 회색이거나 검갈색과 담회색 중간쯤의 어떤 색이다. 봄의 나무는 맑은 연둣빛 잎을 틔우고, 은행나무는 순식간에 색을 입는다. 무채색 그림에 물감을 떨어뜨린 듯. 녹색이 여름과 함께 점점 짙어지고 부풀다, 짧은 가을날 나무는 터져버린다. 노랗게 환하게 하루아침에.


박수근의 나목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암회색과 담회색 중간쯤의 그 나무가 은행나무일 것만 같았다. 어느 봄날 순식간에 잎을 틔워 색을 입을 것만 같았다. 은행나무는 무슨 색일까. 나무의 색은 매일 같은 듯 날마다 다르다. 이 비 그치면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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