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날을 떠올리다 쓰다
2014. 11. 07. 오늘 날짜에서 한 자리만 다른 이 숫자가 신분증에 적혀 있다.(정확히는, 붙어 있다.) 십 년 전 오늘, 제주특별자치도민으로 전입신고를 한 거다.
도시와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도시촌년이 처음으로 동이 아닌 리에서 살게 되었다. 셋집인 안거리 밖거리는 익숙했다. 말만 몰랐지, 주인집네 문간방에 세들어 사는 거니까. 동사무소 아니 리사무소를 물어 동네 한 바퀴를 돌았는데 가게라곤 몇 백 미터 밖에 있는 철물점과 편의점이 다였다. 어두워져 돌아오는데 골목에 가로등이 없었다.
며칠 후 서점 없는 동네에 대한 시를 썼다.
시집은 어디에 있나요
이사 온 동네
전입신고를 하러 간다
새 주소가 붙은 주민등록증을 받고 나오니
왔던 길이 사라졌다
괜찮아 아직 주소를 외우지 못했으니까
물어 물어 동네 한 바퀴
농협은 여기에 공업사는 저기에
바다가 보이는 큰길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정류장 옆에 우체국이 건너편엔 약국이
다리를 건너 마트에서 라면을 사고
파출소 다음 모퉁이 철물점에서 멀티탭을 사면서
서점은 어디에 있나요
사투리가 아니라서일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천원샵에 들르고 문구점도 기웃거리다가
해장국집 국수집을 지나고 빨래방을 돌아 미용실 옆 골목으로
길 끝의 낯익은 간판에 이끌려 편의점으로
어서 오세요 물은 이쪽에 휴지는 저쪽에 커피와 맥주는 안쪽 냉장고에 있습니다
입에 문 물음을 차마 못하고
진열대 사이를 헤매다가 캔맥주만 사고 나온다
찾아야 할 낯선 주소를 우물우물 되새기며
시집은 어디에 있나요
_<괜찮지만 괜찮습니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