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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영업을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영업에 남자, 여자가 따로 있나요

솔직히 말해서 남자들도 힘들어하는데, 고객사 가서 여성들이 영업하고, 새로운 일을 따낼 수 있을까요..?


점심식사 중에 한 남성리더로 부터 나온, 너무 솔직한 발언이었다.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 진짜 속마음은 이거였구나... 그래서 그동안 별다른 액션이 없었구나'였다. 그동안의 무액션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글로벌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의 확산을 담당하는 나로서는 현타가 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내 속에서는 순간 이상반응이 일어났는데, 나보다 십수년정도 더 나이가 많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받아 보지 않아왔던 이 높은 지위의 남성 리더앞에서 크게 동요하지 않는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숨을 잘 고르고나서 앞에 놓인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애써 맛있게 먹는 척했다. 


자리를 벗어나 잠들때까지 뭔가 찜찜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속에 필터링 되었던것은 영업에 여자 남자를 선으로 그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렇게 발언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시대 남성들에게 씌워진 레벨이 있지 않은가. 가족을 부양하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 그것은 주로 남성에게 부여된 것이었다. 그래서 좀더 생계를 결정짓는 코어에 가까운 일은 남자가, 그 코어를 보충하는것은 여자가 하는게 당연시 되어왔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우리 주변의 생생한 케릭터들로 인한 집단학습 효과다.


다시 스스로 물었다. 그동안 쭉 그래왔던 거라고 해서 그게 맞는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누가, 언제 이 판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 바꾸기 전에 기존의 '판'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논리적 이유와, 공감이 필요할까. 만약 능력이 100% 똑같은 남자와 여자가 있다고 치자. 한명을 임원으로 올릴 수 있다면,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최종적으로 한명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둘 중 누가 더 사회적 약자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 현재의 능력이 같아 보여도 출발선은 달랐을 테니까. 그렇다면 누가 더 차별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출발선까지를 생각해 볼 여유도 없고, 지금 내 상황에서 한치도 손해보지 않아야 하는 생각만 명백하다.  


마지막 한명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은 어떻게 최대한 공정할 수 있을까? '뇌'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편견'에 치우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나와 비슷한 사람 사람에게 끌린다는 것이다 (유사성편견). 그것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몇십명 모아놓은 자리에서 같은 색깔의 스티커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는 유리하게, 상대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회적 실험을 봐서도 알수 있다 (Henry Tajfel, John Turner 사회정체성이론).  


유사성 편견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 또한 늘 그래왔던 프레임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여성이 영업을 잘 못할것이라는 것은 편견이고, 만약 그것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면 발언에 대한 납득할만한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공부와 다르다. 그냥 책을 보고 외우거나 원리를 이해하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다차원의 경험이 바로 일이다.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고, 고객의 니즈를 직접 듣는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가 가져갈수 있는 솔루션을 조금씩 테스트 해보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잘 한다 못한다를 말할수 있을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못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져서는 안된다. 



포용적 리더십으로 미래를 앞당기자

공정한 기회를 주되, 조직내 시스템적으로 고정된 편견은 없애줘야 한다. 여성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사실 개개인이 잘못해서 생긴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그래왔기 때문에 너도 나도 고정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나온것이다. 그것을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모두의 공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슷한 롤 모델이 많이 없는 여성의 경우, 선배로부터의 조언이나 '영업 필살기'를 공유받을 기회가 적음을 인정하자. 남성들이 네트워킹, 술자리 등 비 공식적으로 얻어가는 꿀팁을 여성들은 출산, 육아 등 다른 라이프 사이클을 겪으며 상대적으로 소외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부족했던 경험과 노출을 보충해주는 더 다면적인 기회가 여성들에게 제공되어야만 하고 그 기회들을 통해 여성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충적인 사다리가 이들이 리더십으로 가는 여정에 놓여질때 훨씬 더 빨리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이유와 공감대 형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노력은 공정한것이고, 형평성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고, 그리고 포용적리더십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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