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 소중함
작은 귓구멍 속에도 나를 휘두르는 힘이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이지곤 한다. 그럴 때면, 계획했던 일들은 무산되고 일상은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난 그런 순간들을 견뎌내는 게 쉽지 않다.
지난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천장이 빙~ 돌면서 어지러웠다. 순간 너무 놀래 다시 침대에 드러눕곤 눈을 감았다. 한참 지나 천장이 제자리를 찾은 듯하여 조심스레 머리를 베개에서 떼며 천천히 일어났다. 괜찮았다. 다행이다 싶어 일어나 아침밥도 먹고 주말의 여유를 누렸다. 오후에 미용실을 예약해 둔 터라 미용실에 갔다. 파마하기 전 머리를 감기 위해 미용실 샴푸 의자에 앉았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다가 고개를 뒤로 떨구어지는 순간, 갑자기 미용실 천장이 빙글빙글 돌면서 내가 같이 돌았다. 놀이 공원에서 빙글빙글 도는 놀이기구를 탄 기분이었다. 놀이기구는 안전벨트도 매고 붙잡을 곳에 있지만, 거기선 무방비 상태였다. 순간 너무 놀래서 짧게 소리를 질렀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괜찮아졌고 머리를 모두 감은 뒤 다시 의자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 다시 한번 빙그르르 돌았지만 처음처럼 심하진 않았다. 그렇게 총 4번의 샴푸를 하며 파마와 뿌리 염색을 진행했다. 파마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주말 내내 몇 번의 그런 어지럼증이 발생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는 게 멈춰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운전해서 출근할 수 있을까, 잠깐 걱정했지만 아침에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아 감행했다.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 근처 이비인후과로 달려갔다. 내 증상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이석증인 것 같다며 몇 가지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몸통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달팽이관 쪽으로 들어간 돌조각을 빼냈다고, 돌조각은 서서히 액체 속에서 녹겠지만 다시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셨다.
신기하게 돌조각을 빼낸 다음엔 약간 어지럽고 머리 멍한 기분은 남아 있었지만, 천장이 빙글빙글 돌던 건 멈췄다. 집에 와서 약 먹고 저녁 내내 누워만 있었다. 그 후로도 며칠을 겨우 출근했다가 수업만 끝나면 집에 돌아와 그렇게 침대와 한 몸을 이루었다. 중간에 휴일들이 끼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돌조각이 내 몸 전체를 자기 맘대로 휘둘러댔다. 조그마한 귀 속에서 생긴 문제로 몸 전체가 영향을 받아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생경한 경험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아침에 눈뜨면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 가고, 주어진 일 열심히 하다 퇴근하면 아이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지내는 그렇고 그런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그동안 평범한 일상을 살게 해 준 내 몸에게 그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