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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Nov 17. 2021

비건 김치를 만들었다

해외 생활 10년 차의 김장

어느새 해외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미국에 있을 때는 주변에 한인 마트가 많았고 김치도 한국과 비교해서 그렇기 비싸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우리 집은 김치를 사 먹었기 때문에 김치를 직점 담근다는 건 먼 세상 이야기였다. 하지만 스웨덴에 가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내가 살던 도시에는 한인 마트가 없었고 아시안 마트 하나가 있었는데 팩에 든 종갓집 김치를 팔았다. 초기에는 그것조차 없었기 때문에 가격이 어떻든 김치가 있는 게 어디냐 싶었다. 하지만 매번 아시안마트까지 찾아가는 것도 힘들고 가격이 비싸다 보니 점점 김치를 아껴먹게 됐고 조금씩 쌓이던 불만이 터져버렸다. 김치 좀 맘껏 먹어보자! 


그래서 생각한 게 직접 김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백종원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며 하나하나 따라 했었는데 한 두 번 만들어보니 불쑥 욕심이 생겼다. 이 김치를 비건으로 만들고 싶다! 해외에서 김치에 넣을 젓갈류를 찾는 것도 힘든데 비건으로 만들면 재료 공급도 수월할 것 같았다. 김치는 꾸준히 먹고 꾸준히 만들 텐데 비건으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젓갈이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들었던 비건 김치에는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간 양파가 들어갔다. 젓갈 대신 소금을 한 스푼 양념장에 더 넣었다. 


맛은.... 너무 맵기만 했다. 양파가 너무 매운 양파여서 김치를 먹는데 양파의 매운맛과 소금의 짠맛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젓갈 넣은 김치에 넣고 섞어버렸다. 


두 번째 만들었던 비건 김치에는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배, 국 간장이 들어갔고 밀가루 풀에는 다시마 물이 들어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젓갈 대신 소금이나 국 간장을 넣으면 된다고 했다. 처음 소금을 넣었을 땐 김치가 너무 짰으니 그래도 구수한 맛이 있는 간장을 넣으면 좋지 않을까 했다. 이번엔 배도 넣었는데 원래는 갈아서 넣어야 했지만 집에 믹서기가 없어서 잘게 잘라서 넣었다. 그리고 밀가루 풀은 다시마를 우려서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젓갈이 빠지면서 맛이 부족할 테니 최대한 감칠맛을 낼 수 있는 재료를 넣으려고 했다.


맛은 괜찮았다. 배 덕분에 시원한 맛도 났고 간장을 넣어서 인지 짠맛만 있는 게 아니라 간장의 감칠맛이 났다. 감칠맛에는 다시마 물도 한 역할하지 않았나 싶다.


세 번째는 최근에 만들었다. 마켓 컬리에서 김장 재료들을 세일한다길래 배추와 다른 재료들을 주문했다. 이번 김치에는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국 간장, 다진 생강, 밀가루 풀(+다시마 물)을 넣었다. 

이번에는 집에 배가 없었다. 김치 한 번 만든다고 배를 사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배 대신 추가할 맛으로 생강을 선택했다. 2일 정도밖에 둔 후 냉장고에 넣었다.


맛은 정말 맛있었다. 젓갈이나 액젓이 들어간 김치 못지않게 감칠맛도 좋았고 너무 맵지도 짜지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김치엔 젓갈(이나 액젓)이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한 번 비건 김치를 만들어보고 먹어보면 젓갈과 액젓이 생각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비건으로도 충분히 맛있는데 굳이 동물성 재료를 넣어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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