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정도 배를 타고 스킨 스쿠버 포인트에 도착했다. 배가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갈 때는 괜찮았는데 숙도를 줄이고 포인트를 찾으려 이곳 저곳을 헤매는 과정에서 나는 그만 뱃멀미가 심하게 나면서패닉 상태가 되었다. 무작정 배 한쪽 구석에 내 몸을 던져 누워버렸다. 내가 죽을 것처럼 숨을 헐떡이니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제트보드를 태워 줄 테니 육지로 가겠냐고 물었고 나는 빨리 보내 달라 애원했다. 정신없이 제트보드를 타는 와중에 대니를 흘깃 봤는데 신나게 스킨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거면 됐다 생각했다.
어쨌든 다시 한국 가게에 오니 친절하고 비싼 값을 잘 부르는 주인아저씨가 왜 왔냐고 묻는다. 죽을 것 같은 뱃멀리로 돌아왔다 하니 돈이 아깝다. 이런 경험 언제 또 하냐 등등. 나를 자꾸 바다로 돌려 보내려 한다. 나는 또 거기에 잠깐 앉아 있으니 뱃멀미도 가라앉고 다시 정신이 돌아오면서 그 말이 맞나 고민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제트 보드 운전하는 젊은 청년을 부르더니언릉 타고 다시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다. 엉겹결에 나는 다시 바다 한가운데로 돌아갔다.(지금 생각해 보면 만약 내가 하지 않으면 10,000페소에 1인 스킨스쿠버 하는 격이 되니 양심에 찔린 것 같기도 하다.)
스킨 스쿠버를 위한 초스피드 초간단 속성 교육을 받고 무거운 산소 탱크를 짊어지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무서워하자 필리핀 가이드는 뒤에 본인이 있으니 걱정말라며 나를 계속 안심시키면서 숨쉬는 요령을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순간 이건 물 밖에서 배우고 입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절박해서 그런지 용케 숨쉬기를 익히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불안한 마음에 가이드의 손을 꼭 잡고 괜찮을 거라는 자기 암시를 계속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스킨스쿠버는 생각만큼 황홀하지 않았다. 마따붕까이는 생각보다 물이 맑지가 않아서 뿌연 바닷물 속의 물고기는 그냥 그랬다. 잘은 모르겠지만 물이 오염되어 지저분한 느낌은 아니고 수질이 그냥 맑고 투명한 것이 아닌 바닷물 자체에 뭔가 여러가지가 섞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도장 깨기 느낌으로 나름 소중하고 유익했다 애써 생각했다. 물 밖에 먼저 나온 대니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랍스터를 봤다며 마냥 신나했다. 내가 황홀했든 안했든 내 아이의 값진 경험이다 또 퉁쳤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세부나 보홀이 스킨스쿠버하기 좋단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1시간 내로 끝난 듯하다. 육지로 돌아와 값을 지불하고 제 정신을 차리니 이번에는 어떻게 또 장장 4시간에 걸쳐 보니파시오로 돌아가나 걱정스러웠다. 그나마 나은 것은 어디 납치될 거라는 걱정은 없어졌고 이제 오로지 돌아가는 피곤한 여정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친절하고 아주 비싼 값을 잘 부르는 주인 아저씨가 1,000페소에 터미널까지 태워 주겠단다. 흥정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콜!! 했다.
마따붕까이 해변에서 시외터미널까지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다. 긴장과 피곤으로 배고픔을 잊었었다. 슬슬 배가 고프려던 찰나에, 역시 버스 터미널에 졸리비 버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시30분 정도에 역에 도착했는데 15분 내로 파사이 역으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햄버거 가게에 미리 주문을 해 놓고 먼저 버스를 잡아 놓겠다하고 대니에게 빨리 햄버거를 픽업해서 오라고 했다.(햄버거 가게에서 역까지 약 50미터 정도 거리였던 것 같다.) 대니는 정말 간당 간당하게 버스에 탑승했다. 사실 좀 늦었는데 내가 운전자 아저씨 옆에서 호들갑을 떨며 내 아들이 금방 온다. 기다려 달라 오두방정을 떨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