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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월 Sep 02. 2023

5일차

4부

5일차 4부


아, 또 문제는(글을 쓰면서 이 단어를 너무 많이 남발하는 것 같은데...) 올 초부터 필리핀에서 현지 번호를 발급받는게 좀 복잡해졌다. 필리핀은 50페소면 휴대폰 SIM 카드 구매가 가능하고 그걸 휴대폰에 끼우면 번호가 바로 생긴다. (SIM카드가 어마 어마하게 많을텐데 무한대 번호 조합이 어떻게 가능한지 좀 궁금하다.) 한국은 전화 번호 1개를 가지고 거의 평생 사용하는데 그런 개념과는 좀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후불 결제를 하는데 여기는 선불로 결제하는 방식이 흔해서 어떠한 규제도 없이 전화번호를 생성하고 요금은 선불로 지급하고 사용한 뒤 또 쉽게 번호를 패기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전화번호를 생성하고 패기하면서 스팸문자, 보이스 피싱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되었고 그러면서 필리핀 정부는 2023년 초부터 우리나라와 같이 통신 회사에 신원정보를 입력해야만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증빙 서류) 전화번호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걸쳐 (통신회사 사이트에 이름, 주소, 사진 등록, 여권번호등을 입력) 현지 번호를 대니의 폰에 받아 놓았다. 대니의 핸드폰에 현지 번호를 받은 이유는 내가 한국 학부모님과 소통하기 위해 여전히 한국 전화번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전에 현지인이 운영하는 학원에 다녀온 뒤, MARKET MARKET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이 글을 몇 번쓰는 건가) 오늘은 내 온라인 수업시간이 대니의 학원 수업시간과 겹치면서 대니 혼자서 그랩을 타고 학원을 갔다가 혼자 그랩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대니는 그랩을 이용하기 위해 앱이 다운 받아져 있는 내 휴대폰을 가지고 학원으로 출발했다.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대니를 기다리는데 수업 마치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대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거다. 아, 또 이건 무슨 상황인가 걱정하며 저번처럼 한국 시간과 현지 시간을 착각한 건 아닌지 아무리 살펴보아도 시간 착각은 아니었다. 1시간이 넘어 2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내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은 필리핀 SIM이 심어져 있는 대니의 폰이어서 대니가 갖고 있는 내 휴대폰에 전화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니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한국 SIM을 바꿔 끼웠으면 간단할 것을 당황한 나머지 그렇게 생각하못 했다


수업은 6시에 끝났는데 대니는 8시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참, 돌아와 다행이었다. 왜 늦었냐고 물으니 화장실에 들렸다 오느라 늦었단다. 화 내지 않을테니 사실대로 말하라고 다그치자 학원 끝나고 어제 헬스장 직원이 알려준 SM AURA의 스포츠 전문 매장에 갔다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장갑은 비싸서 사지 못하고 손목 보호대 하나를 달랑 샀단다. 그렇게 이야기 하며 내 휴대폰을 건내는데 대니의 동공이 약간 흔들렸다. 뭔가 느낌이 싸해 휴대폰을 자세히 살펴보니 카메라 액정이 깨져 있었다. 나름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쇼핑몰에 들렸다 오느라 수업 끝나자 마자 헐레벌떡 뛰다 휴대폰을 땅에 떨어뜨렸단다. 그 덕에 바꾼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신형 휴대폰의 카메라가 박살이 다.


어이가 없었지만 더 다그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한숨만 푹, 쉬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얼마나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했길래 이렇게 거짓말을 하나 싶고 또 나름 절박한 심정으로 필리핀 시내를 달렸을 아이 모습이 짠하기도 해서 다음부터는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얘기하라 타이르 일단락 했다. 또 괜히 현지 번호 받으려다 이 사달이 났나 싶고, 오토바이 타는 거에 미쳐서 이런 일이 생겼나 싶어서 나름 반성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이 나에게 새 휴대폰을 교체  주면서 내 조심성 없는 생활 태도를 걱정해 파손 보험을 들어놓아서 자부담 30%를 제외한 금액은 보험에서 커버가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아, 어떻게 매일 매일이 특별한지 모르겠다. 중2 아이와 살며 평범한 하루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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